코로나19로 뒤숭숭한 일본…아베 "필요대책 주저 않고 시행"
'중국산 화장지 공급 끊길 수도' 소문에 사재기 양상 나타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영향으로 점점 더 뒤숭숭해지고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속속 발생하면서 대유행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연관된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해 일부 품목의 사재기 양상도 나타났다.
올 7~9월의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둔 일본 정부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전국의 초중고 임시 휴교를 단행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3월 2일부터 전국 초중고의 임시 휴교를 요구한 것에 대해 "향후 1~2주가 중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주저함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전격적으로 휴교를 요청해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조치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대응해 나가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아베 총리는 자녀가 등교하지 않을 경우의 돌봄 문제에 대해선 해당 부모들이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사용자 측에 당부하면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풀어줄 대응책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파트타임 근로자가 쉬는 경우의 수입 보상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차원에선 정부의 초중고 휴교 요청을 측면 지원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기업인 히타치(日立)제작소는 정부의 임시 휴교 요청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녀가 초중학교 등에 다니는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의 히타치 직원 약 3만5천명 중 1만여명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미 가능한 범위에서 재택근무를 장려했으나 정부의 임시 휴교 요청으로 맞벌이 가정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한층 과감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례적으로 국가가 직접 관할하는 공공공사를 3월 15일까지 약 2주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공사를 중단하는 기간의 중장비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아카바 가즈요시(赤羽一嘉) 국토교통상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면서 공사 중단 기간을 연장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쿄올림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포츠 행사와 다중이 모이는 시설의 운영 중단 결정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수영연맹은 28일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중지 및 축소를 요청한 정부 방침에 따라 3월 7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나카무라마이컵수영대회와 가나자와오픈수영대회 등 2개 대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두 대회 가운데 나카무라마이컵수영대회는 일본 선수들이 본격적인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컨디션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고 NHK는 전했다.
대학 졸업식 중지 및 연기 사례 등도 잇따르고 있다.
28일 현재까지 국립대학 가운데는 요코하마(橫浜), 야마가타(山形), 오카야마(岡山) 대학 등이, 사립대학 중에는 와세다(早稻田), 메이지(明治) 대학 등이 3월 예정된 졸업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와세다대학과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은 4월의 입학식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쿄디즈니랜드와 도쿄디즈니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29일부터 3월15일까지 임시 휴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일각에선 뜬소문에 영향을 받은 사재기 양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면서 마스크 이상으로 화장지 등 티슈류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28일 도쿄 지역 곳곳의 마트, 편의점 등에서는 티슈류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매대가 텅 빈 곳이 많았다.
이는 SNS 등을 통해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화장지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글이 나돈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인은 "사람들이 갑자기 화장지를 몇 롤씩 사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면서 "SNS 등에서 중국 공장이 멈춰 수입이 중단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생긴 현상 같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현재 일본의 전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과 승무원 705명, 일본 내 감염자와 중국인 여행자 200명, 전세기편 귀국자 14명 등 91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사망자는 유람선 승객 4명을 포함해 8명이다.
특히 전체 47개 도도부현(광역단체) 기준으로는 19곳에서 감염자가 나온 상황이지만, 최북단의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최남단의 오키나와(沖繩)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역에서 환자가 생겼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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