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코로나 민생·경제 대책, 속도전으로 약발 극대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가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면서 생산, 소비, 투자를 축으로 한 경제 전반이 극도의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국가 경제가 받는 타격이 20여년 전 외환위기에 버금갈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여행·숙박·음식점업 등의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8일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 세제, 금융 등의 정책 패키지가 총망라됐다. 이번 대책은 금액으로 16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7조원은 세금인 재정이 투입되고 나머지 9조원은 한국은행과 국책은행 등을 통한 금융지원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선제적 금융 지원액 4조원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최소 6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이 더해지면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전이다. 정부는 발표된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국회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추경안을 통과 시켜 정책의 약발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이 정도로 당면한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우선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헤어나는 것이 시급하지만 민간의 활력을 키워 구조화된 소비·투자 부진에서 탈출해야 하는 겹겹의 숙제를 안고 있다. 이날 나온 대책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 등의 민생 대책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영세 개인사업자 90만명에 대한 연간 20만∼80만원의 부가세 인하, 어린이집 휴원으로 육아 부담이 생긴 근로자를 위한 최대 50만원의 가족 돌봄 휴가비 지원, 착한 임대인에 대한 임대료 인하분의 50% 지원 등이 돋보인다. 하지만 경제의 가장 심각한 취약점인 소비와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카드 소득공제 확대, 기업접대비 한도 한시 상향, 소비쿠폰 할인율 상향 등으로 소비를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투자대책으로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 35조원을 상반기에 집행하고 이미 계획했던 100조원 규모의 민간·민자·공기업투자 목표를 빠른 속도로 집행하기로 했다는 정도다. 민간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좀 더 과감한 대책이 아쉽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특단의 경제 비상시국 대책이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제한 없는 정책적 상상력'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는 3.1%, 설비투자는 6.6%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지표가 이 정도라면 이달이나 다음 달 추락 폭은 가늠하기 어렵다. 나라 밖 사정도 악화일로다. 발원지인 중국을 벗어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충격도 가시화했다. 세계 증시의 벤치마크인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최근 6영업일 연속 급락하면서 10% 이상 빠져 지난 1년 치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유럽 증시도 같은 흐름이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공포가 지배하며 코스피는 장중 2,000선이 무너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은 세계 경제에 미칠 코로나19의 충격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한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지만, 국내외 예측기관들 사이에서는 1%대로 성장률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함께 가야 부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과잉 유동성을 우려한 한국은행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저함으로써 당분간 재정의 한쪽 날개로 경제를 견인할 수밖에 없게 된 점은 아쉽다. 정부는 올해 60조원의 적자국채를 찍어 512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다. 이미 수출과 내수 둔화로 활기를 잃고 있던 경제가 코로나 쇼크로 그로기 상태인 만큼 상반기 재정 집행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인 재정의 62%를 쏟아붓기로 했지만 이를 더 밀어붙여 급속히 떨어지는 경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추경 역시 코로나19 방역 대책이나 피해 지역·계층 지원 등이 우선돼야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 강화에도 각별히 신경 써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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