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한국발 입국자 "행선지 기재해야"…"국경·도시 봉쇄안해"(종합)
중국·일본·이탈리아 입국자도 행선지 기재해야…전체 입국자 정보카드 작성
마스크 부족해 개인병원 문닫기도…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만 20명 확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보건당국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로부터의 항공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독일 내 행선지를 제출하도록 했다.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과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부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코로나19가 독일에서 더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독일 당국은 또 항공기와 열차, 버스를 이용한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연락처 등이 담긴 개인 정보 카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입국자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주변에 함께 탑승한 승객들의 추가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대책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데다, 지난 12일 이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독일에서도 최근 2∼3일 사이에 12명이 확진된 상황에서 발표됐다.
독일 당국은 망명 신청자들을 대상으로도 감염 여부 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독일 당국은 보건부와 내무부 등 각 부처 관계자들이 포함된 공동위기관리팀을 이날부터 가동했다.
슈판 장관은 내달 독일에서 개막 예정으로 세계 최대 무역박람회인 베를린국제관광박람회(ITB)의 개최 취소 여부에 대해선 "건강 보호와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역 당국과 협의해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의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코로나19에 대해 "통제 불능이 아니다"라면서도 계속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KI는 코로나19를 독감보다 더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독감으로 2천5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에서는 지난 12일께까지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감염자가 나오지 않다가 지난 25일부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와 라인란트팔츠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확진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독일 당국은 이날 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하인스베르크에서 14명이 추가로 확진돼 이 지역에서만 지금까지 총 20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하인스베르크 지역에서만 감염자들과 접촉 가능성이 있는 카니발 참석자 등 1천 명이 자가 격리 중이다.
하인스베르크에서는 47세 남성이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잇따라 감염자들이 나타난 것으로 독일 당국은 보고 있다. 중태인 이 남성의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도 이날 밤 4명이 추가로 확진된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의 총 감염자는 8명이 됐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도 이날 1명이 추가로 확진돼 이 지역의 확진자는 2명이다.
RKI는 지역감염이 시작이지만 도시 봉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슈판 장관도 전날 "당국은 여행 제한이나 국경 폐쇄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공감했다"고 말했다.
베를린시(市) 보건당국 대변인도 주요 도시의 봉쇄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유럽 내 여행객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에서는 전문가들이 마스크 착용에 대해 실용적이지 않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상황이다.
마스크도 현재 공급 부족인 상황으로, 추후에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주요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약국과 마트에서 마스크가 품절됐다. 온라인에서도 며칠 사이에 마스크 가격이 몇 배로 치솟았다.
베를린의 일부 개인 병원에서는 의사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병원 문을 닫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밖에 전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해 자르브뤼켄으로 향하던 기차에서 한 승객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기차 운행이 중단됐고, 해당 승객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야 정차 2시간 만에 다시 운행됐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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