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작년 중남미 시위 과정에서 최소 210명 사망"
아이티 83명·베네수엘라 47명·볼리비아 35명 숨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남미에서 도미노처럼 시위 사태가 번진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200명 이상이 시위 도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7일(현지시간) 펴낸 '2019년 미주 인권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남미 각국 시위 현장에서 최소 2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아이티가 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는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분노한 시위대가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잦아들었다가도 다시 불붙는 시위로 사실상 지난해 내내 혼란이 이어졌다.
최근엔 처우 개선과 노조 결성 허용 등을 요구하는 경찰들이 시위를 벌이며 군과 충돌하는 등 극심한 사회 혼란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진 베네수엘라에서도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위 규모와 강도는 줄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요구는 이어지고 있어 베네수엘라도 계속 불씨가 남은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시위가 불붙은 볼리비아와 칠레에서도 각각 35명, 31명이 시위 중에 숨졌다.
볼리비아에선 지난해 10월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으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퇴진하는 과정에서 야권의 선거 불복 시위와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시위가 차례로 펼쳐졌다.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이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에서도 군경의 강경 진압과 시위 혼란을 틈탄 방화·약탈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이 밖에 유류 보조금 폐지에 반발한 시위가 비상사태 선포로까지 이어진 에콰도르에서 8명,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퇴진 시위가 격렬해진 온두라스에서도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앰네스티는 전했다.
앰네스티는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부가 억압과 과도한 공권력 사용으로 시위대에 대응했다"며 "대화를 하고 국민의 우려를 달래는 대신 폭력에 기대고 일부는 군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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