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홀로코스트 소재 가장행렬…이스라엘 항의

입력 2020-02-27 13:47
스페인서 홀로코스트 소재 가장행렬…이스라엘 항의

이스라엘대사관 "사악하고 혐오스러운 표현" 규탄…축제당국 사과

스페인 외무장관 "홀로코스트 경시 거부" 진화 나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스페인의 마을 축제에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소재로 한 가장행렬이 펼쳐져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계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24일 마드리드에서 남동쪽으로 110㎞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인 캄포 데 크립타나에서 열린 축제 퍼레이드 도중 나치 병사와 유대인 강제수용소 수용자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연출됐다.

나치 병사 복장의 참가자들이 소총을 겨누는 흉내를 내는가 하면, 흰색 원피스 차림 소녀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이에 스페인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600만 유대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결례를 범하는, 사악하고 혐오스러운 표현을 규탄한다"며 "유럽 국가들은 공동으로 반유대주의와 싸워야 한다"며 항의했다.

아우슈비츠 기념관 등 유대계 기관·단체도 행사 영상·이미지를 공유하며 성토했다.



비판이 고조하자 캄포 데 크립타나 당국은 성명을 내고 "잘못 살해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오마주를 표현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또 퍼레이드 연출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나치에 의한 유대인의 대학살은 비난받아야 하며 이 문제를 하찮게 여기거나 조롱하려던 의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캄포 데 크립타나의 축제 퍼레이드에 충격받았다"면서 "홀로코스트를 하찮게 여기는 그 어떤 것도 완전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주최측과 연락했으며 그들은 스페인 유대인 공동체 연맹에 사과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계속해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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