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금은 아냐' 선그었지만 여행경보 격상…입국금지까지 가나

입력 2020-02-27 12:25
수정 2020-02-27 16:37
미 '지금은 아냐' 선그었지만 여행경보 격상…입국금지까지 가나

트럼프, 가능성은 열어놔…코로나19 확산세·여파 등이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한국에 대한 여행 또는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밝혀 일단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하는 것은 피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한 때에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안팎의 상황 변화에 따라 입국제한 등 고강도 추가 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추가적인 조치는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응이 강화될 경우에 대비한 양국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가거나 그곳에서 오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적절한 때에 그것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적응할 준비가 돼 있고, 만약 질병이 확산한다면 질병 확산에 따라 우리가 해야 할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가 한 모든 것들 덕분에 미국 국민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만약 코로나19가 자국에서 확산하고 미 국민에 대한 위험이 커진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오면 국민 보호를 위해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조치는 크게 자국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두 측면으로 나뉜다.

자국민에게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미 한국에 대해 최고 등급인 3단계(경고) 여행경보를 내렸다. 이는 중국과 같은 수준이다.

국무부가 발표하는 여행경보도 이날 회견 즈음에 한 단계 더 격상됐다.

국무부는 지난 22일 2단계(강화된 주의 실시) 경보를 내놓은지 나흘만인 이날 오후 3단계(여행 재고)로 수준을 높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중국에 발령된 것과 같은 4단계(여행금지)로의 경보 격상 조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한국인에 대해서는 입국 제한을 비롯해 더 나아가 입국 금지, 항공편 운항 제한·금지 등이 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중국인에게 적용한 것처럼 미국은 이민·국적법에 따라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보류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을 정해 특정 국가를 여행한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조치는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미국도 여러 검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의 여러 조치는 한미관계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계를 볼 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미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잘못하면 또 다른 부수적 효과랄까 의외의 폭발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방면에 신중한 고려를 해서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해왔고 미국도 충분히 그 점을 고려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중국에 취한 조치의 연장 선상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유사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결정은 복잡한 측면을 지닌 문제여서 한미가 논의를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대응이 미 측 조치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대사는 우리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적극적인 조치를 해온 점을 미 측에 설명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 조치가 가져올 제반 파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향후 일정 기간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추이, 미국의 지역사회 전파 속도나 폭, 여론 등이 미국 측의 대응 조치 여부나 시기,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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