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은 '마이너스 성장' 언급하며 금리동결, 너무 낙관적 아닌가

입력 2020-02-27 13:52
[연합시론] 한은 '마이너스 성장' 언급하며 금리동결, 너무 낙관적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난 수준으로 급속히 번져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일단은 신중한 입장을 택했다. 심상찮은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 해외자본 유출 등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와 심각한 수준의 경제적 타격 등을 고려할 때 4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통위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부작용을 의식한 나머지 금리 인하시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금리는 동결했지만, 코로나19 피해업체 긴급대응 조치로 금융중개 지원 한도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이 너무 커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3월에 정점을 찍고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사실 작년 두 차례 인하 후 추가금리 인하에는 줄곧 신중한 입장이었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 침체한 경기하강 압력을 둔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 미국과의 역전 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단 기준으로 이미 0.5% 포인트나 차이가 나는데 미국은 3월에도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가 통상대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면 역전 금리 격차가 0.75% 포인트로 벌어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 증권시장에서 6년 8개월 만에 최대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루어졌다. 이번 주 3일 연속 평균 8천억원 이상의 외국인 돈이 빠져나가며 '셀코리아' 얘기까지 나온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외환 보유가 충분하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덜하다지만, 두 나라의 역전 금리 격차가 커지면 해외자본 유출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작년 말 현재 1천600조원에 이른 가계 부채 증가 속도도 심상찮다. 금리 인하는 국지적으로 널뛰는 부동산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게 뻔하다. 이런 요인이 금리 동결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여력을 남겨두는 전략적 측면이 고려됐을 수도 있다.

무차별적으로 작용하는 금리의 특성상 보통 때라면 한은의 신중론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그런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이대로 고꾸라지느냐, 원기를 회복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내수·투자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사태가 누그러지기는커녕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자칫 회복하기 어려운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려하는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이라도 온다면, 상상하기조차 싫다. 정부에서는 방역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재정·통화정책은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 정책조합을 이루어 유기적으로 가야 효과가 커진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의 다른 전망기관들에 비해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기준금리 동결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삼가야겠지만, 지나친 낙관론도 금물이다. 금리 인하의 타이밍을 놓치고 최악의 위기상황이 오면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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