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카르텔 거물, 줄줄이 미국 교도소로…범죄인 인도 급증
미 언론 "지난해 58명이던 미국 인도, 올 1~2월에만 30명 넘어"
"트럼프의 '카르텔 테러조직 지정' 위협 이후 늘어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형 마약조직 중 하나인 로스세타스의 창립 멤버인 하이메 곤살레스 두란이 미국으로 넘겨지게 됐다.
멕시코에서 수감 중이던 그는 미국행을 피하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여왔으나 멕시코 연방법원이 결국 미국 인도를 결정했다고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인도가 결정된 멕시코 카르텔 '거물'은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들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범죄자 인도가 급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NYT는 올해 미국으로 넘겨진 멕시코 범죄자들이 최소 30명이라고 전했다. WP는 35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전체 동안 58명이 인도됐는데 올해는 채 두 달도 안 돼 지난해의 절반 이상이 인도된 것이다. 2018년엔 69명, 2017년엔 57명이 넘겨졌다.
지난주엔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두목 '엘멘초'의 아들인 '엘멘치토'(본면 루벤 오세게라)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역시 미국 인도를 피하기 위해 애써왔으나 실패했다.
이처럼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가 가속한 것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약 카르텔의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멕시코에선 지난해 살인 건수가 3만4천500건 이상으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 북부에서 카르텔 조직원들이 미국·멕시코 이중국적자 가족들에게 총격을 가해 여성 3명과 아이 6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정부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멕시코의 거센 반발 속에 테러조직 지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카르텔에 보다 강력하게 대처하라는 미국의 메시지만은 충분히 전달됐다.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신종 합성마약 펜타닐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미국 정부가 멕시코 마약조직에 고삐를 죄려 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후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두 차례 멕시코를 방문해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과 범죄 대책 등을 논의했다.
미국은 미국 내에 마약을 유통하는 멕시코 카르텔을 자국 사법체계 하에서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카르텔 우두머리가 수감 중에도 계속 조직을 지휘하는 것이 가능하고, 교도관의 협조를 얻어 탈옥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지난달에도 멕시코시티 교도소에서 카르텔 조직원 3명이 교도관 등과 결탁해 탈옥했다. 이들 모두 미국 인도 대상이었다.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도 연방 교도소를 두 차례나 탈옥했다.
구스만이 첫 탈옥 후 붙잡혔을 때 당시 멕시코 법무장관은 미국의 인도 요청에 "엘차포는 여기서 형량을 마친 후에야 인도될 것이다. 아마 300∼400년 후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스만은 또 다시 탈옥했고 결국 멕시코는 구스만을 미국에 넘겼다. 그는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범죄자들 입장에서도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미국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멕시코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펠리페 칼데론 전 정권(2006∼2012년)에서 주미 대사를 지낸 아르투로 사루칸은 당시엔 카르텔 두목의 통제력을 약화할 목적으로 미국 인도라는 수단을 사용했다고 NYT에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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