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장기화?…주식 대차거래 잔고 21개월만에 최고

입력 2020-02-26 06:47
하락장 장기화?…주식 대차거래 잔고 21개월만에 최고

올 10조8천억원 늘어 작년 최고 수준 넘어…공매도 출회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서 대차거래 잔고가 급증하며 2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하락장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24일 현재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58조2천450억원으로 지난 2018년 5월 말(61조7천493억원) 이후 약 2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47조4천76억원)과 비교하면 10조8천374억원(22.86%) 늘어난 것이다.

또 지난해 8월의 대차거래 잔고 연중 최고기록(58조2천68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8월을 정점으로 점차 줄며 연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던 대차거래 잔고는 새해 들어 브이(V)자형으로 반등하고 있다.

대차거래 잔고 주식 수도 증가세다.

이달 24일 현재 잔고 주식 수는 22억7천251만주로 지난해 연말(19억6천60만주)보다 15.91% 늘었다.

종목별로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삼성전자[005930]가 7조3천9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셀트리온[068270](3조4천53억원), SK하이닉스[000660](2조5천578억원) 순이었다.

대차거래는 차입자가 기관투자자 등에게 일정한 수수료와 담보물을 지불하고 주식을 빌린 뒤 추후 대여자에게 같은 주식을 상환하기로 하는 거래를 말한다.

대차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거래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갚기 때문이다.

대차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새해 들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라는 복병을 만나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히 늘자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튿날 코스피는 무려 3.87%나 폭락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적 인식도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차 물량 중 일부는 주가연계증권(ETF) 거래 설정 등의 용도로도 쓰이는 만큼 대차잔고가 늘었다고 모든 물량이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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