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방위비 증액 최우선"…정경두 "인건비라도 타결하자"

입력 2020-02-25 11:23
에스퍼 "방위비 증액 최우선"…정경두 "인건비라도 타결하자"

한미국방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서 방위비 분담금 이견 노출

인건비 선타결 제안에 에스퍼 "분담금 타결 안되면 4월1일부터 무급휴직"

정경두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 증가율 생각하고 협상 진행"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백나리 특파원 = 한미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했지만 양국 간 입장차를 확인했다.

외교 당국 간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힘든 줄다리기 속에 막바지 국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 수장의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지만 증액 폭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사태를 막기 위해 인건비에 국한한 부분적 타결이라도 하자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협상 불발시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열고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연합훈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 때부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촉구하는 미국의 최우선 순위라며 대폭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공동방위 비용을 떠맡는 것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균형적으로 될 순 없다"며 "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을 '글로벌 경제 강국'이라고 표현한 뒤 "한국은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해야 한다"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상 한국 분담금은 미국 전체 비용의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은 동맹과 연합 방위를 미래에도 오래 강화하도록 상호 이익이 되고 공평한 합의에 이르는 데 전적으로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본인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상호 윈윈하는 방향에서 조속하게 타결돼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한미가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외에도 다양한 직·간접적 방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에 기여해오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질의응답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11차 협상도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생각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폭 인상과는 아직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장관은 협상 조기 타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문제를 놓고도 입장차를 드러냈다.

정 장관은 무급휴직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에 예산이 있다면 지원해줄 것을 말씀드렸고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작년 수준으로 편성된 분담금 예산 중에서 조건부라도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미국은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를 막기 위해 인건비 부분이라도 먼저 타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 나는 곧, 가급적 3월말 전에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한다"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4월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생명과 건강, 안전에 대처하고 최소한 임무 요건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인력을 유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 근로자 전원에 대한 무급휴직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국방부는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현행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달성하고 평화정착을 이루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대북공조체제 유지 및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를 위한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에스퍼 장관은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 등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사드를 재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논란 차단을 시도하면서도 해당 부대에 물자 공급을 위한 지상병참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방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조율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집행에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정책 협의, 훈련, 정보공유 등 (한미일) 3국 간 3자 방위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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