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부자, 가난한자 노동력에 기생…'공생' 과제 던진 것"

입력 2020-02-24 21:52
봉준호 "부자, 가난한자 노동력에 기생…'공생' 과제 던진 것"

봉준호·송강호 도쿄 영화관에서 무대 인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부자 가족을 보고 있으면 그들도 운전, 설거지, 세탁 등 가난한 자의 노동력에 기생하고 있다"고 24일 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봉 감독은 이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사회 속에서 '기생'이 아닌 '공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생각하면 좋겠다는 것이 기생충 제작 의도였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하나의 공간에 얽히면서 뜻하지 않게 선을 넘고 말고 서로 상처를 주고 극단적인 비극에 달하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데 왜 공생에 실패하는 것일까. 왜 공생하는 것이 어려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봉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공생에 실패하는 모습을 비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런 과제를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이날 도쿄 롯폰기(六本木)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 약 500명이 모인 가운데 주연 송강호와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봉 감독은 "영화를 본 일본에 계신 여러분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아 감사드린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 이상으로 여러분의 반응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이전처럼 (한일 간에) 서로의 영화에 관심을 갖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언어가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영화의 힘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의 관객이 일본 영화를 즐기고, 일본의 여러분이 한국 영화를 즐기는 것. 서로 접촉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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