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놀란 일본, 곳곳서 병원선 건조론 '고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서 병원선 건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병원선은 전쟁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에서 병원 역할을 하는 선박이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90년 걸프전 위기 때와 1995년의 한신(阪神) 대지진 당시 병원선 건조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 4월에는 '병원선 건조 추진 초당파 의원 연맹'이 출범하고, 일본 정부도 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나 건조 및 운용 비용이 걸림돌로 부상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
일본 내각부가 2013년 3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재해시 활용할 다목적 선박으로 병원선 1척을 짓는 데 140억~350억엔(약 1천500억~3천800억원)이 들고, 연간 운영 · 유지 비용은 9억~25억엔(약 100억~2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필요 예산에 비해 평시의 활용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의견에 밀려 건조 추진이 보류됐다.
그러나 여러 차례 논의에만 그쳤던 일본의 병원선 건조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각료 가운데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지난 12일 코로나19 대응책이 논의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병원 이송이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며 병원 기능을 갖춘 선박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도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해상자위대에 병원선이 필요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 총회 이후 사실상 활동을 멈췄던 '병원선 건조 추진 초당파 의원 연맹'은 내달 3일에 7년여 만의 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병원선 건조 관련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병원선 활용을 의무화하는 의원입법을 추진하는 자민당,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등 여야의 다른 의원 그룹도 오는 27일 출범한다.
마이니치신문은 병원선에 대한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다시 높아졌지만 건조 비용과 자위대 인원 부족 등 병원선 도입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여전히 산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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