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등 조정지역 '매수문의 뚝'…주택시장 코로나19 영향까지
신규 조정지역 "양도세·대출 문의만"…투기과열지구 빠진 용인·성남은 강세
서울 강남권 "거래 없는데 코로나 악재 겹쳐…총선 전까진 잠잠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이제 규제가 시작됐으니 상황을 좀 지켜봐야죠. 규제 영향을 묻는 전화만 있고, 사겠다는 매수 문의는 거의 없습니다."
23일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의 말이다.
정부가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수원·의왕·안양 등 경기 서남부 5곳을 지난 20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첫 주말 해당 지역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끊기고 매수 문의가 급감하는 등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도 정부의 12·16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영향까지 겹치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조정대상지역 '혼돈·관망', 추가 규제 빠진 용인·성남은 거래 지속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원·안양 만안구·의왕시 등지는 주택 매수, 매도자 모두 대책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망하는 모습이다.
수원 권선구 곡반정동 한솔아파트 전용면적 84㎡는 대책 발표일인 20일 최근 거래가보다 2천만∼3천만원 싼 2억5천만원에 팔린 뒤 이후로 거래가 없다.
조정대상지역 효력이 21일부터 발휘되면서 그 전에 집을 팔려는 매도자와 대출 규제 없이 집을 사려는 매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곡반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조정대상지역 발효 이후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망하는 모습"이라며 "대신 규제지역으로 처음 묶이다 보니 대출 규제나 양도세 중과 시점 등 이번 대책과 관련한 문의는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선구 구운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대책 전까지도 이어졌던 매매 문의 전화가 한 통도 없다"며 "일단 매수자들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구 일대도 관망세 짙다. 수원 장안구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의·방문 고객이 지난주 대비 70∼80% 정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의왕시와 안양시 만안구 일대는 예상치 못한 규제지역 지정으로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시) 위주의 규제라고 생각해서 조정지역 지정을 전혀 예상치 못했고 다들 놀란 분위기"라며 "양도세가 중과된다고 하니까 일단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추가 규제 대상에서는 빠진 용인·성남 등지는 여전히 호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투기과열지구 격상 가능성도 언급되다가 추가 규제에서 빠진 거라 큰 변동은 없다"며 "물건이 많지 않고 가격도 여전히 상승세"라고 말했다.
수지구 죽전동 새터마을죽전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이달 중순 4억8천만원까지 거래되다가 15일에 4억7천만원으로 소폭 하향조정되는가 싶더니 대책발표 당일인 20일에 다시 4억8천만원에 올라서 계약됐다.
죽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들어 매물이 많이 팔려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서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용 84㎡ 시세가 2005∼2006년 6억원대였는데 여전히 고점 시세를 밑돌다 보니 갭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이 동네를 저평가 지역으로 보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경원대역동부센터레빌 2단지도 지난해 12월 중순 5억9천만원에서 대책 발표일인 이달 20일 500만원 뛴 5억9천500만원에 거래됐다.
태평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물이 없다보니 가물에 콩 나듯 조금씩 오른 가격에 팔리고 있다"며 "이번 대책 발표로 조정지역 내 대출 규제가 다소 강화되긴 했지만 대부분 9억원 이하여서 투기과열지구 등 추가 규제에 제외된 것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 "살 사람이 없다" 거래 냉랭…잠실 주공5 등 재건축만 일부 팔려
코로나 19 확산 우려가 커진 지난 주말 서울지역 중개업소도 대부분 방문객없이 썰렁한 분위기였다.
12·16대책 이후 15억원 초과 대출 중단,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 등으로 돈줄이 막힌 데다 정부의 강도 높은 실거래·자금조달계획서 조사가 이뤄지면서 매수심리가 꺾인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12·16대책 이후 잠원동 일대 아파트 월 거래 건수가 10건도 채 안 되는 것 같다"며 "초고가 주택이 대부분인 강남 3구는 신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매물이 나와 있어도 살 사람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정부가 오늘 6월 말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면서 일부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대출 규제와 자금출처 조사 영향으로 매수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시세에서 15% 이상 떨어진 매물만 일부 거래가 됐고, 나머지 일반 매물은 매수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호가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물을 유도한 것은 좋았는데 대출까지 같이 막아놓으니 내놓은 매물을 사갈 사람이 없다"며 "엇박자 정책이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동작구 흑석동 역시 재개발 구역 내 일부 투자수요는 있지만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들어 내내 문의 전화조차 없다가 최근 딱 한 건을 계약했다"며 "중형 아파트 한 채를 사도 전세끼고 최소 9억∼1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니 당장 집을 팔아서 목돈을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자금 만들 길이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달 들어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가 10건이 넘게 거래되며 시세가 상향 조정됐다.
저가 급매물부터 팔려나가기 시작해 이달 초 18억6천만∼19억5천만원까지 내렸던 시세가 다시 20억∼21억원 선으로 올라선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가 팔리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주 일부 급매물이 팔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잠실 주공5단지에서 거래가 일어나니 대체재 격인 은마아파트도 거래가 조금 이뤄진 것"이라며 "가격이 올랐다고 보긴 어렵고 아직은 저가 매물이 소화된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들 단지를 제외하고는 아직 거래가 많지 않다.
12·16대책 직후 9억원 미만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노원·도봉·강동구 등 일명 '노·도·강'을 비롯한 강북 지역도 조용한 분위기다.
특히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개업소를 방문하는 사람도, 전화 문의도 뚝 끊겼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2·16대책 발표 이후 일부 새 아파트에 매수세가 좀 몰리는 듯하더니 지금은 대체로 관망세"라며 "이런 와중에 코로나 사태까지 터져 주말인데도 전화 한 통 없다"고 강조했다.
도봉구 도봉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요즘은 일부 전세를 찾는 수요만 있을 뿐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서인지 매수 문의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공통되게 "총선 전까지 거래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원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다주택자들이 6월 말까지 잔금까지 마치려면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부터는 매물이 한차례 쏟아질 수 있다"며 "그전까지는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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