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시즌2'? 2020대선서 악몽 재연되나…트럼프 "사기극"

입력 2020-02-22 02:31
'러 스캔들 시즌2'? 2020대선서 악몽 재연되나…트럼프 "사기극"

DNI수장 인선과정서 불거진 정보당국 의회 브리핑에 벌집된 미 정치권

'우크라 스캔들' 소멸 이어 대선국면서 또 하나의 대치전선 형성 조짐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안이 지난 5일(현지시간) 상원에서 부결, 소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대선 국면에서 '러시아 스캔들'의 그림자가 되살아나는 모양새이다.

러시아가 2016년 때에 이어 미국 대선 과정에 개입을 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우려고 하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의회 브리핑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이 '아웃'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 됐다.

민주당과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당장 러시아의 대선 개입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개입 논란의 불씨 재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정보'로 일축, '사기극'이라고 반격에 나서는 등 장외 충돌이 빚어졌다.

'충성파'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 기용으로 불거진 DNI 수장인선 논란의 '불똥'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논란으로 튀면서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진영 간 전선의 축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러시아 스캔들 시즌 2'로 이동하는 듯한 조짐이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에서 대선을 총괄하는 셸비 피어슨은 지난 13일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를 키워왔다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취했다고 정보 당국자들이 판단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4일 정보당국을 총괄하는 매과이어 당시 국장 대행을 집무실로 호출, 피어슨이 보고한 내용을 왜 하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인 데빈 누네스 의원한테 들어야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WP가 당시 브리핑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보고도 있기 전에 의회 보고가 이뤄지지 말았어야 했다며 문제 삼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과이어 당시 대행 및 다른 참모들에게 러시아가 자신을 돕기 위해 개입하거나 개입할 계획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서 정보 당국이 놀아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당국자들이 WP에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정보가 자신을 겨냥, 부당하게 악용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또다시 그러한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탄핵 추진의 선봉에 섰던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하원 브리핑에 참석, 해당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에 좌절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미국의 러시아 악몽이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새로운 러시아 선거 개입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분열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예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새로운 개입 시도에 착수했다는 정보 당국의 평가는 불과 대선을 9개월 앞둔 시점에서 악몽이 재연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대선이 또다시 러시아 선거 개입 논란으로 얼룩지게 된다면 탄핵 굴레를 벗은 뒤 이미 사법 개입, 반대파 연쇄 축출 등을 통해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 불능' 행동은 가속화될 것으로 CNN은 내다봤다.

또한 이번 사안으로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당국 사이의 균열이 다시 한번 표면화됨에 따라 양측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 반 트럼프 진영이 이 사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날 밤 트윗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아닌 미국 유권자들이 미국 대선을 결정지어야 한다"며 "의회의 모든 일원은 우리 민주주의의 온전함에 대한 위협을 묵살하고 우리의 정보 당국을 정치화하려는 대통령의 시도를 규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시프 정보위원장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정보당국이 외국의 선거 개입 위협을 의회에 알린 데 대해 확신을 표한다"며 "보고가 사실이라면, 그리고 대통령이 그에 대해 개입하고 있다면 그는 또다시 외국의 개입을 막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개표지연 대참사를 조롱하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시도 의혹은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가 2주가 지나도록 아이오와 투표도 제대로 세지 못하는 어떠한 무위의 민주당 후보보다도 나를 선호한다는 또 하나의 허위정보가 의회 내 민주당에 의해 시작되고 있다"며 "사기극 넘버 7!"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관련 의혹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피해망상적인 보도들이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물론 이는 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 문제를 소재로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극 프레임'으로 역공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의 지지층 결집 시도 속에 국론 분열도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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