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병원 내 감염' 방심하면 뚫린다…"조심 또 조심"
감염병 증상 내부직원에 대한 강제조치 대책까지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상륙한 지 1개월여가 지나 지역사회로 확산하면서 '병원 내 감염' 우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을 경계하는 건 무엇보다 의료진의 2차 감염과 의료기관 폐쇄 등으로 이어져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치료 중인 환자는 추가적인 감염병으로 인해 질병의 상태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병원 내 감염은 감염병 사태에서는 반드시 막아내야할 최악의 상황으로 꼽힌다.
22일 방역 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감염이 잇따라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의 대형병원인 은평성모병원에서 의료보조인력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
청도 대남병원의 경우 21일까지 파악된 코로나19가 확진자가 사망자 1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이다. 이중 의료인력(간호사 3명, 요양보호사 1명, 정신건강전문요원 1명)이 5명이고, 나머지 11은 모두 입원 중인 환자들이다.
이 병원은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방역당국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병원 내부에 있는 사람 모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한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식이다.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는 환자를 병동과 검사부서 등으로 이송하는 일을 하다 지난 17일 퇴사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시내 대형 병원에서 의료보조인력의 감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은평성모병원은 808병상 규모로 하루 입원 환자만 600여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증상으로 추정되는 발열, 무력감이 나타난 이달 2일부터 17일까지 15일 동안 207명(퇴원 135명, 재원 72명)의 환자를 직접 이송했다는 점이다. 이미 증상이 발현된 상태였고, 환자 이송업무의 특성상 밀접 접촉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여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이 이송요원은 17일에는 가정의학과 진료에서 폐렴 소견이 나와 의사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권유받았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해외여행을 간 적도,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135명의 퇴원 환자는 보건소에서 상태를 관찰 중이고, 나머지 재원 환자 72명은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병원 측은 병상 재배치와 함께 병동 소독에도 나섰다.
병원 내 이송직원의 감염은 5년 전 메르스(MERS.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가 '병원 내 감염'으로 유행할 때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큰 이슈로 부각됐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이송요원이 메르스 감염 증상이 있었는데도 9일 동안이나 병원 내 환자·의료진 등 200여명을 접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후 병원 측은 확진 이후 대규모 격리에 나섰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들에게 대한 바이러스 전파 여부는 한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행히 이 이송요원에 의한 추가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방역당국은 마음졸여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선별진료소 등을 통해 사전 진단검사를 강화함으로써 외부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들에 대한 감염 예방 교육도 꾸준히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 내부적으로 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은 외부 유입을 막는 것과 동시에 내부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에 의한 오염 가능성에도 늘 대비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단계인 만큼 병원 내 감염 예방교육과 훈련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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