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코로나19 체온측정 효과 없어…'정보카드'가 나아"

입력 2020-02-20 17:01
"공항서 코로나19 체온측정 효과 없어…'정보카드'가 나아"

CNN "미국 11개 공항서 체온측정기로 1달간 1명도 못 잡아내"

"증상·주의사항 나열한 '정보 카드'가 오히려 효과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항에 설치된 체온측정기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방센터(CDC)는 지난달 중순부터 자국내 공항에 체온 측정기를 비치해 14일 이내에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을 검진해왔다.

CDC는 공항 11곳에 체온 측정기를 설치해 약 한 달간 3만여명을 검진했지만,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단 한 건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 나온 확진자 중 10명이 비행기를 타고 와 공항을 통과한 이후에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4명이 체온 측정기를 통과할 당시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공항 체온 측정기가 감염자를 포착하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런던 위생·열대병 연구소(LSHTM) 연구팀도 최근 유럽 학술지인 '유로서베일런스'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공항에 설치된 체온 측정기로는 비행기 탑승자 중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절반 이상은 포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공중보건대학의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는 "공항 체온측정기는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거나 늦추는 데에 큰 효과가 없다고 본다"며 "이를 지지하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공항에 체온측정기를 아예 두지 않았다. 과거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H1N1) 창궐 당시 체온 측정기를 비치했지만, 감염 차단에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타마르 그로토 이스라엘 보건부 부장관은 CNN에 체온측정기가 "비효과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항 체온 측정기가 확진자를 잘 못 가려내는 이유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항상 발열 증상을 겪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자라도 잠복기가 지나지 않았으면 체온이 정상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확진자들은 발열 증상 자체를 겪지 않기도 한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진통제나 종합감기약을 먹고 체온 측정기를 그냥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공항에서 감염자를 포착하는 데에는 체온 측정기보다 '정보 카드'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CDC는 탑승객들에게 코로나19의 증상을 확인할 것과 현지 보건 당국을 연락할 것 등 주의사항을 적은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스스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카드 덕분에 적어도 2건의 확진 사례를 잡아낼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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