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환자, 신천지·청도대남병원 '연결고리'…"연관성 파악중"
대남병원 입원환자 2명 확진…"병원 직원 또는 외부인 감염 의심"
신천지대구교회선 이틀새 37명 확진…대구·경북 총 49명
'감염경로 불분명' 29번 환자, 56번 환자와 종로노인복지관서 식사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김잔디 김예나 기자 = 방역당국이 신천지대구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31번 환자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의 추가 동선이 확인됨에 따라 청도 대남병원도 이 환자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신천지대구교회와 대남병원 사이의 연관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82명이다. 31번 환자를 포함해 대구·경북 환자는 49명이다. 신천지대구교회 관련자는 38명이다. 대남병원에서는 2명이 확진됐다.
확진자의 접촉자는 3천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천395명이 격리 중이며, 신규환자의 접촉자는 아직 파악 중으로 총 접촉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대구·경북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 대남병원 입원환자 2명 확진…유증상자 추가 확진 가능성
중대본은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의 청도 방문과 대남병원에서 나온 확진자 사이에 연계된 감염원이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확진 전인 이달 초 청도를 방문했다. 또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는 전날 입원환자 2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
대남병원 확진자 2명은 54번 환자(57세 남성, 한국인)와 55번 환자(59세 남성, 한국인)이다. 두 사람은 폐쇄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이 병동에는 101명이 입원해 있다.
중대본은 해당 병동의 입원환자와 종사자 약 120명을 시작으로 대남병원에 대한 전수 검체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보인 사람이 확인돼 확진자는 추가될 수 있다
또 대남병원은 요양병원과 요양원 건물과도 연결돼 있어, 이곳까지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 중대본은 상황을 보고 전수조사 대상을 요양병원과 요양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중대본은 대남병원 확진자(54·55번 환자)의 감염경로로 병원 종사자나 병원에 출입한 외부인이 감염돼 병을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 감염원과 31번 환자 또는 신천지대구교회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정 본부장은 "(대남병원 확진자는) 병원 종사자를 통하거나 다른 외부인을 통한 감염으로 의심된다"며 "병원감염 사례인지 등은 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31번 환자가 청도에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중대본은 휴대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청도 방문력을 확인했지만, 세부적인 동선에 대해서는 면담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비상'…교인 1천1명 격리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이틀 연속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지자체와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31번 환자가 이달 7일 증상이 발현된 이후 참석한 두 차례 예배(9·16일)에 같이 있었던 교인 1천1명을 자가격리하고, 유선으로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나머지 8천명 정도 되는 교회 전체의 신도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유받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 31번 환자가 이 교회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린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교회에서는 유사한 시기에 발병한 환자들이 더 있다.
정 본부장은 "전체 신천지 관련 환자의 발병일을 보면 2월 7, 8, 9일에 일부 환자가 있고 15∼17일에 정점을 보여준다"며 "현재로서는 31번 환자 역시 2차 감염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단기간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병상 부족도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7명의 환자가 병상을 배정받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대구의료원 라파엘 병동 전체를 비워 재정비하면 88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격리 병상을 보유한 인근 지역 의료기관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구에 질병관리본부 즉각대응팀 18명, 중수본 소속 6명을 파견했다. 관계부처 직원 28명으로 구성된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도 내려보냈다.
한편 이날 대구에서 확진된 환자 중 2명은 일본 방문력이 확인됐지만 방역당국에서는 일본보다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 '연관성' 포착된 29번·56번 환자…잇단 환자 발생에 정부 "피해 최소화 주력"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에서 지난 19일 확진 판정을 받은 56번 환자(75세 남성, 한국인)는 올해 1월 말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복지관은 앞서 확진된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가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56번 환자는 이달 초 감기 증상이 있었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렴 소견까지 진단받은 뒤 보건소 검사에서 확진 받았다. 방역당국은 29번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연관성을 포착했다.
정 본부장은 "56번 환자는 지난 1월 말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경로식당 등에서 29번 환자와 같이 식사하는 동선이 확인됐다"며 당시 접촉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고령 환자이기도 한 29번 환자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중 한 명이다. 29번 환자와 아내(30번 환자·68)는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기존 환자와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현재까지 확인된 환자 대부분은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본부장은 "기존에 1명이 산소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현재 4명 정도로 늘었다"며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다른 중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가 한꺼번에 늘면서 방역당국은 대응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현재 바이러스 진단 검사 신청 건수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정 본부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초기에는 검역, 접촉자 조사 및 격리 등으로 '봉쇄'하는 정책을 해왔지만, 지역 내 경증 감염자가 많아지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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