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비판적 기사 쓴 여기자에 성희롱 발언 물의

입력 2020-02-19 09:52
브라질 대통령, 비판적 기사 쓴 여기자에 성희롱 발언 물의

언론계·정치권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여성단체들 "모든 여성에 모독"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짧은 연설을 하면서 유력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의 여기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 여기자는 자신이 얻으려는 것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며 성적인 암시를 하는듯한 저속한 표현을 했고, 지지자들은 그의 발언에 웃음으로 호응했다



비판적 기사에 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2018년 대선을 전후해 제기된 '소셜미디어(SNS) 여론조작' 시비와 관련된 기사를 언급한 것이다.

이 신문은 2018년 대선 당시 일부 브라질 기업이 스페인 업체와 계약을 맺고 페이스북의 메신저인 왓츠앱을 통해 당시 사회자유당(PSL)의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무차별 살포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지속해서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기업의 기부행위를 금지한 선거법 위반이 된다.

이 문제는 현재 의회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지난주 브라질 기업 관계자의 증언이 이뤄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주요 정당과 정치인, 언론단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보우소나루의 이 같은 행태는 일상이 된 지 오래"라면서 "불행하게도 보우소나루에게는 교양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언론협회(ABI)는 "언론에 대한 비겁한 공격"이라면서 연방검찰총장에게 보우소나루 조사를 촉구했고, 폴랴 지 상파울루는 "브라질의 대통령이 불량배들의 우두머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거칠게 반박했다.

한 정치 칼럼니스트는 "보우소나루가 면책특권 뒤에 숨어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여성단체들은 "모든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주에는 자신의 환경정책을 비판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를 두고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해 논란이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린피스가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위원회' 재가동 방침을 비판한 데 대해 "그린피스가 뭔가? 그린피스라고 불리는 형편없는 자들은 누구인가?"라면서 "그들은 쓰레기"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할 '아마존 위원회' 재가동과 관련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아마존 위원회'는 지난 1995년 환경부 산하에 설치됐으나 이번에 부통령실 소속으로 바뀌었으며, 14개 부처 각료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아마존 열대우림을 낀 지역의 주지사와 환경단체 대표들을 배제해 타당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아마존 지역 주지사들의 참여가 없으면 위원회가 연방정부에 의해 독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아마존 위원회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반(反)환경 정책을 막지 못하고 삼림 벌채 등 환경 범죄에도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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