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크루즈선 탑승자 19일부터 하선…한국행 택하면 어쩌나

입력 2020-02-18 17:53
수정 2020-02-18 20:54
일본 크루즈선 탑승자 19일부터 하선…한국행 택하면 어쩌나

일본 '오염지역'·'특별입국절차' 비적용…유증상자도 입국할 수 있어

당국자 "비슷한 사례에 항공권 발권 제한 등 조치한 듯"

태국·싱가포르, 캄보디아 크루즈 승객 입국 금지 방침 선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예나 이정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가 19일부터 배에서 내릴 것으로 보여 한국 보건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배에서 내린다고 해도 '바이러스 배양 접시'와도 같았던 크루즈선에 장기간 머물렀기 때문에 '비감염'을 확신할 수 없다. 이들 중 일부라도 한국으로 입국할 경우 현행 감시망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하다.

18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이 하선 후 국내 입국 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항 다이코쿠 부두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전원에 대한 검체 채취를 마쳤고, 음성 판정자에 대해서는 19일부터 하선을 허락할 예정이다. 하선 완료 시점은 21일이다.



이 크루즈에는 승객 2천666명, 승무원 1천45명 등 총 3천711명이 타고 있었고, 전날까지 감염자 454명이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미국 국적자 338명은 전세기편으로 귀국해 현재는 2천900여명이 남아있다.

육지로 나온 승객 중 일부라도 국내로 입국한다면 우리 방역당국으로서는 큰 문제를 떠안게 된다.

19일 오전 대통령 전용기로 귀국하게 될 한국인 탑승자와 외국 국적 배우자가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는 이유도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는 격리기간 동안 건강을 관찰한 후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퇴소를 결정한다.

크루즈 탑승 당시에 음성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무증상 감염 기간에는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어 음성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일본 여행자의 국내 입국을 제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크루즈 승객의 한국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 일본을 '오염지역'으로 정하지도 않았고, 국내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으면 입국을 금지하는 '특별입국절차'도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입국이 자유롭고, 의심증상자도 들어올 수 있다.

크루즈선 승객의 입국 시 조치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우려가 있어 보이는 분들은 항공권 발권이라든가에 대해서 조치가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판단으로 탑승을 거부하는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태국과 싱가포르 등은 캄보디아에 정박 중인 웨스테르담호 탑승자에 대해 입국 금지를 방침을 밝혔다. 이 배에 탔던 미국인 한명이 환자로 확인되면서, 다른 승객에게 이미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항공사들은 크루즈 탑승자에게 14일간은 비행기 탑승권을 발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이런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명단을 사전에 확보해야 하는데 일본이 공유해줄지는 불투명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국제적 공조"라면서 "각 국가 간 공조를 통해 발병 소지 있는 사람을 관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크루즈선에 탔던 사람들 명단을 확보하고 관련 정보를 출입국 관리 과정에서 활용하지 않는 한 이들의 한국 입국을 막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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