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수요 억제책만으로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잡히겠나
(서울=연합뉴스) 초고강도인 12·16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다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이상 과열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이번 주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크게 뛴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가운데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 추가하는 등의 '핀셋' 규제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과 용인의 경우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1∼3% 폭등했다. 이들 지역에 대한 대책은 연초부터 꾸준히 거론됐으나 총선을 의식한 여당의 반발로 내부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정에 책임 있는 여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다리를 걸어선 곤란하다. 여당으로서는 이들 지역이 전략적 표밭이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타이밍이 중요한 대책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1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렇게 대책이 남발된 것은 그만큼 주택 가격이 불안하게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집값의 과도한 상승은 양극화에 따른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젊은 층에 좌절감을 안긴다. 시중 자금 흐름을 왜곡해 필요한 곳으로 돈이 도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지만 잦은 대책은 정책의 신뢰를 훼손한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으로 집값이 잡혔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책을 내놓으면 잠시 멈칫하다 다시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물론 12·16대책으로 정부가 타깃으로 삼은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최근 꺾였다고는 하지만 강북 등 서울의 다른 지역과 수도권은 펄펄 끓었다. 강남을 누르니 강 건너편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뜨고, 다시 수도권의 수용성으로 오름세가 확산했다. 요즘은 수용성을 찍고 집값 오름세가 동탄과 평택, 화성, 오산, 인천 등으로 옮겨붙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이 큰불이 잡힌 뒤의 잔불 현상인지 아니면 게릴라식 상승세의 지속인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서민을 위한다는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풍선효과로 중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가격의 갭이 메워지면서 서민들이 사는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대출과 세제 등에서 각종 규제가 가해지는 고가아파트의 기준선인 9억원으로 수렴했다. 9억원 이상의 아파트도 상승해 대출 금지 기준인 15억원 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어느새 9억원까지 높아졌다. 정부가 의도했던 하향 평준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두더지 잡기식 대책의 성과가 제한적이라면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조언하는 것처럼 우선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춰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격 급등 시 대출 규제 등 단기적 수요 억제책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청약 광풍에서 보듯 향후 새집 부족을 우려한 실수요자에 투기꾼이 가세하면서 신축 아파트나 재개발 재건축에 시중 자금이 몰린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는 공급대책으로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내놨으나 서울 도심에 집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는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재개발 재건축이나 도심 재생 사업 등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거 개발에서 소외됐던 비강남 지역의 교통·교육·환경·일자리 등 생활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일시적으로 집값이 불안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묘수는 없다. 정권과 정파를 초월해 정공법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도 살펴야 하지만 숲 전체를 조망하는 긴 안목의 정책이 절실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