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김주영 샘…차명계좌로 수천만원 입시컨설팅료 받고 탈세
모 변호사, 유령회사·차명계좌·이중계약서 치밀한 계획으로 수백억 탈세
10여년간 수백억원 불법 건강보헙급여 받은 사무장병원도
(세종=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학부모의 교육열과 불안을 이용해 한 강좌에 수백, 수 천만원에 이르는 수업·컨설팅료를 받는 초고액 입시 과외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고 있다.
더구나 관련 사교육 업체와 강사 상당수는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소득을 숨기고 관련 세금을 내지 않는 위법 행위를 저질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퇴직한 공무원 등이 이른바 '전관예우'로 막대한 수입을 챙기고도 탈세하는 행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18일 편법·지능적 탈세 혐의자 138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예고하면서, 이런 입시·전관예우 관련 대표적 탈루 행위들을 소개했다.
강남 일대에서 영업하는 입시 컨설팅업체 A사는 희망 대학 출신의 맞춤형 컨설턴트를 고용해 대학 입학 때까지 개인별 입시 전략을 세우고 학교생활기록부를 관리하고 과외 등을 알선해주는 조건으로 회원을 모집했다.
기본 컨설팅료로 수백만∼수천만 원을 받았다. 목표 대학이나 희망 학과에 해당 학생이 합격하면 성공보수도 추가로 챙겼다.
하지만 A사는 이 컨설팅료 등을 종업원을 포함한 관계자 수십 명의 차명계좌로 받고 수입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누락된 수입 수 십억원을 찾아내 조세 포탈범으로 A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법인세 수억 원을 추징했다.
B 씨는 강남 대형 학원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유명 논술 강사로 활동하다가 직접 논술 전문 학원을 세워 다수의 지점을 운영했다.
'SKY(서울·고·연대)', 서울 상위대학 진학 희망자별로 10명 미만의 소수 그룹을 구성, 회당 약 100만원의 '고액 논술 및 1대1 면접특강' 강좌(강좌당 4∼8회 특강 구성)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입시 컨설턴트 김주영 선생님과 같은 역할이다.
B씨는 수강 사실 노출을 꺼리는 학부모들로부터 친인척 상담실장 명의의 차명계좌로 수강료를 받고 수입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더구나 본인의 급여를 소속 강사 대비 50% 수준으로 낮춰 신고하고, 강사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뒤 차명계좌로 회수하는 등 허위 비용을 계상해 불법 비자금도 조성했다.
수십 억원의 누락 수입금액을 확인한 국세청은 소득세 등 수억 원을 받아냈다.
고소득 전문직들의 탈루 행위는 더 조직적이다.
변호사 C씨는 고액의 대형 사건을 수임하면서 성공보수금 등 수수료가 수 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사전에 치밀하게 탈세 계획을 짰다.
우선 지인 변호사를 고용, 명의를 위장한 사무실을 차리는 방법으로 수입금액을 분산해 수 백억원 이상의 수입금액을 누락했다. 이뿐 아니라 사무장 명의의 유령 컨설팅업체도 만들어 거짓으로 비용 수 십억원을 계상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득 금액을 축소했다.
C씨는 성공보수금을 절반으로 줄인 허위 이중 계약서, 세무조사에 대비한 허위 수수료 정산·입증표도 준비하고 친인척·직원 명의의 수십 개 차명계좌로 수임료 등을 5백∼1천만원씩 잘게 쪼개 송금하는 방식으로 수 십억원을 빼돌렸다.
국세청은 C씨의 탈루 소득이 수백억 원임을 확인하고 역시 수백억 원의 소득세 등을 추징하는 동시에 C씨를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비(非)의료인이 명의만 빌려 불법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탈세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D씨는 지역에서 공공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유명 인사로, 다수의 사무장 병원을 설립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다수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10여 년 동안 수 백억원에 이르는 건강보험급여를 부당하게 받아 챙겼다.
아울러 D씨는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게 고액의 급여도 지급하고, 법인 명의로 고가 외제승용차를 구입해 개인 용도로 타고 다녔다. 탈루한 소득은 자녀 유학, 해외여행 경비 등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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