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온상 '다크웹' 탓에…전 세계 카드사기 33조
한은 "온라인 결제, 신원도용에 취약…관련법 정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지난 2018년 전 세계 카드사기 규모가 278억5천만달러(약 33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18일 '주요국의 지급수단 사기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다크웹'(dark web)에서 얻을 수 있는 개인정보가 많아지며 정보 유출에 따른 계좌 탈취와 사기가 늘어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크웹은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웹사이트다.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등을 추적하기 어려워 음란물이 유통되고 마약·무기 밀매가 이뤄지는 등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진다.
분실·도난 카드를 쓰거나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도용해 결제하는 행위인 카드사기 규모가 2018년 전체 카드 거래액(40조5천800억달러)의 0.069%를 차지했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체크카드 관련 사기가 248억6천만달러로 전체 카드사기 규모의 89.3%를 차지했다.
이밖에 자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카드 관련 사기가 8억1천만달러(2.9%)였고, 주유소·항공사·병원 등에서만 쓸 수 있는 전용카드 사기는 6억달러 수준으로 전체의 2.1%였다.
최근 들어 카드사기 금액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2013년(137억달러)과 비교하면 카드사기 규모가 5년 만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오는 2023년에는 356억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이의 개인정보를 빼내 온라인으로 결제하는 방식의 카드사기가 계속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주요국에서 도입되고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도 카드사기 확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은행 결제망을 핀테크 기업 등 제3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만큼, 충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했을 경우 고객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럽연합(EU)은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관련 금융기관에 개인정보보호법과 까다로운 고객인증 방식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영국은 계좌 간 최초 자금이체의 경우 사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24시간 후에나 돈이 이체되도록 한다.
한은은 "최근 급증하는 계좌이체 사기, 신종사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 소비자의 피해보상 등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은행, 카드사, 핀테크 기업이 협의체를 만들어 사기 관련 정보를 공유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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