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조선 묘사한 사진 등 희귀자료 담은 저서 러시아서 발간
제정러시아 탐험대가 수집한 자료 고려인 역사학자가 편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19세기 말~20세기 초 구한말 조선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희귀 사진과 자료 등을 담은 저서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간됐다.
러시아의 동물학자이자 어류학자, 여행가인 표트르 슈미트(1872~1949)가 구한말 한반도 지역 등을 탐험하며 수집한 자료를 모스크바의 고려인 역사학자 벨라 박 박사(러시아 동방학연구소 연구원)가 현지 고문서보관소들에서 찾아내 정리한 책이다.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됐다.
'표트르 슈미트의 조선-사할린 탐험. 1899~1901년. 조선 여행'이란 제목의 책에는 제정러시아지리협회의 주문으로 3년 동안 동해와 오호츠크해, 사할린, 한국, 일본 등을 연구목적으로 여행한 슈미트 탐험대가 직접 제작하거나 수집한 자료가 실렸다.
벨라 박이 제정시절 수도였던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지리협회 고문서보관소'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고문서보관소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 등에 소장된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것들이다.
슈미트 탐험대는 1900년 6월부터 10월까지 원산에서 부산까지 약 850km에 걸친 해안지대를 살펴보고, 뒤이어 부산에서 서울까지 육로로 이동하며 조선인의 신체적 특징, 풍습, 제도, 신앙, 동식물계 등을 상세히 묘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직접 사진을 찍거나 관련 사진들을 수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문서보관소들에 소장돼 있던 이 희귀 자료들이 벨라 박 박사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돼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다.
저서에는 특히 구한말 조선의 도시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150여장의 귀중한 사진 자료들이 포함됐다. 슈미트 탐험대가 직접 찍거나 여러 경로를 통해 확보한 사진들이다.
소박한 흰색 한복을 입은 평민들, 궁중 예복이나 제복을 차려입은 고위관리나 양반 계급 남녀, 초가집이 펼쳐진 시골과 나루터 풍경, 불교 사찰과 궁궐 모습, 심지어 고종 황제의 초상 등을 담은 사진과 당시의 전통 장례식 모습을 담은 사진 등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들이다.
벨라 박은 지난 11일 열린 출판 기념식에서 "지금까지 대중에 공개된 바 없는 귀중한 자료들이 책에 담겼다"면서 "구한말 조선의 정치, 사회·경제 상황, 문화 등의 연구를 위한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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