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소중해…핀란드 땅속 반지, 47년만에 미국 여주인 손에

입력 2020-02-17 15:54
추억은 소중해…핀란드 땅속 반지, 47년만에 미국 여주인 손에

세상 떠난 남편이 연애 때 정표로 준 고교 '학급 반지 ' 되찾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약 50년 전 미국 북동부 메인주(州)의 데브러 매키너(63)는 고등학교 친구 션과 사랑에 빠졌다.

1973년 대학 진학을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된 션은 고등학교 학급 반지를 정표로 데브러에게 줬다. 반지에는 학교 이름 '모스 고등학교'와 졸업년도 '1973', 션의 이니셜 'S.M.'이 새겨져 있었다.

매키너는 몇 달 후 백화점 화장실에서 연인의 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둘의 관계는 그 후로도 변치 않아 1977년 결혼에 골인했다.

매키너는 남편이 6년간 암 투병 끝에 2017년 눈을 감기까지 40년간 그의 곁을 지켰다.

그는 잃어버린 남편의 고등학교 반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최근 매키너는 핀란드에서 온 우편물에서 47년 전 잃어버린 남편의 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A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션의 반지를 보낸 사람은 대서양 건너 핀란드에 사는 마르코 사리넨이라는 금속 기술자다.

사리넨은 핀란드 남부 카리나의 숲에서 금속탐지기로 땅을 살피다 약 20㎝ 깊이에 묻혀 있던 반지를 찾아냈다.

지역 일간지 뱅고어에 따르면 사리넨은 이니셜이 새겨진 학교 반지를 발견했다고 모스 고등학교 동창회에 알리고, 소유자를 알려달라고 문의했다.

동창회는 반지의 모양과 이니셜로 볼 때 션 매키너의 것이 분명하다는 답을 보냈다.미국에서 잃어버린 반지가 어떻게 핀란드에서 발견됐는지는 미스터리다.

오랫동안 기억 속에 사라졌던 남편의 반지를 받은 매키너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매키너는 "누군가 반지를 찾아서 수소문한 끝에 나를 찾아냈다는 걸 알고서 정말 많이 울었다"고 뱅고어에 말했다.

그는 "부정적인 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나서서 도움을 주고 노력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라며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고 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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