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앞두고 위기에 빠진 BBC,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신료 폐지 위협·정치적 공세 이중고…스트리밍 채널 도전도 과제
CNN "2027년 수신료 완전 폐지될수도…잔인한 생존 싸움 직면"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022년이면 개국 100주년을 맞는 영국 공영 BBC 방송이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수신료 제도 재검토라는 재정 압박과 집권당의 정치적 공세가 BBC를 짓누르는 동시에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채널까지 부상하며 BBC의 위상을 흔들고 있어서다.
BBC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영국 정부가 지난주부터 수신료 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BBC는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수신료를 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수익의 최소 75%를 차지한다.
영국에서 TV를 시청하는 한 가구가 BBC에 지불하는 수신료는 1년에 154.50파운드(약 24만원)다. 매년 수만 명이 수신료를 내지 않아 재판에 넘겨지지만, 수신료와 벌금을 내지 않아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018년 기준 5건뿐이다.
영국 정부는 공영 방송 수신료를 미납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BBC와 당사자 간에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 또한 BBC에 재정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더욱이 2027년에는 BBC가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고 운용할지를 결정하는 왕실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데, 이때 수신료가 완전히 폐지되는 첫해가 될 수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BBC 대변인은 2015년 정부가 의뢰한 조사 결과 현행 수신료 제도가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인용하며 수신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 다큐멘터리부터 예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는 BBC가 영국에서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BBC 재정이 줄어든다면 영국 경제가 받을 타격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8년 기준 BBC는 영국 영화와 TV, 음악 부문에서만 213억파운드(약 32조8천599억원)를, 창의적인 서비스 산업부문에서는 1천100억파운드(약 169조 6천992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리처드 브로턴 연구소장은 BBC 수신료가 줄어들면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BBC의) 재정 문제를 함부로 대하다가는 영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제도 재검토에서 비롯된 재정 압박뿐만 아니라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와 빚고 있는 마찰도 BBC가 다음 100년을 더 살아남으려 한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지난해 치러진 조기 총선을 앞두고 파열음을 내왔던 존슨 총리와 BBC 사이 갈등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지난달 31일 존슨 총리의 연설을 BBC가 방송하지 않으면서 고조됐다.
당시 총리실이 언론사가 존슨 총리를 직접 취재하지 못하게 하고, 추후 영상을 별도로 배포하겠다고 하자 BBC가 방송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BBC는 지난 3일 총리실이 EU와 무역 협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겠다면서 특정 언론사가 참석하지 못하게 하자 기자회견을 보이콧한 언론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BBC 수신료 제도를 검토하는 것이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개각으로 지난주 자리에서 물러난 니키 모건 전 문화부 장관은 "BBC는 국민의 소유"라며 "정부가 BBC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면 대중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모건 전 장관은 "BBC를 아는 아이들보다 넷플릭스, 유튜브를 아는 아이들이 더 많다"며 BBC가 세워지고, 수신료 제도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한만큼 BBC가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촉구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