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두번 자진사퇴 건의했지만 최고지도자가 반대"
"임기 마칠 것…최대 압박 계속하는 한 미국과 대화 안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13년 8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2차례 건의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로하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2013년 6월 대통령에 당선되고 몇 달 지난 뒤 최고지도자께 '다른 누가, 또는 다른 행정부가 이 나라를 위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나는 기꺼이 떠나겠다'라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지도자께서는 매우 크게 반대하셨고, (2017년) 재선됐을 때도 자진 사퇴를 또 한 번 건의했으나 또다시 반대하셨다"라며 "최고지도자께서는 '나는 현 정부가 임기보다 한 시간 또는 한 달, 몇 주 먼저 떠나도록 하지 않겠다'라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그의 자진 사퇴 건의는 실제 물러나겠다는 본심이라기보다는 대선 결과를 최종 승인하는 최고지도자에게 당선자로서 이를 구하면서 이란 문화에서 중요시하는 겸양(터로프)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런 '깜짝' 고백은 최근 그가 강경한 반미 보수 세력의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고조한 사퇴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대답하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보수 세력의 사퇴 요구에 대해 "나는 내년 8월까지 정해진 임기를 다할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중도·개혁 진영의 지지를 받는 그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경제난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보수 세력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과 핵협상으로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된 만큼 비록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파기 탓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로하니 정부가 협상하는 척하는 미국에 속아 넘어갔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경제 지표가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제재)을 퇴색해 버렸다는 점을 증명한다"라며 "제재를 극복하고 사상 처음으로 비석유 분야 경제가 성장했다"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 그는 "우리 국민은 외국의 압박에 맞서 이례적인 저항을 보였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혁명수비대의 대공미사일에 격추됐지만 사흘간 관련 정보를 군부에서 받지 못했다는 이른바 '패싱 의혹'이 불거지기도 해 로하니 대통령은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은 최대 압박을 가하면 서너 달 뒤 우리가 협상장으로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라며 "우리는 약점을 안고 협상장에 절대 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최대 압박을 계속하는 한 협상은 안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와 협상하려 한다면 핵합의에 복귀해 제재를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재선을 위한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는 우리가 그의 재선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그랬듯 결국 언젠가는 그 적(미국)과 협상장에 앉게 될 것"이라며 전쟁이 아닌 대화로 미국과 대치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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