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당국, 코로나19 감염 쏟아진 유람선 이름·선착장 공개 거부

입력 2020-02-16 18:34
수정 2020-02-19 11:04
도쿄당국, 코로나19 감염 쏟아진 유람선 이름·선착장 공개 거부

"사생활 보호"…업체 특정 가능성 있다며 운항 여부도 비공개

일본 후생성 "코로나19 일본 유행 인정 안됐다" 대국민 메시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관계자의 사생활 보호가 우려돼 거기까지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도쿄를 운항하는 유람선 '야카타부네'(屋形船)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한 택시 기사 등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후 연합뉴스가 16일 문제의 선박에 관해 질의하자 도쿄도(東京都) 당국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감염자가 다수 확인된 야카타부네 운영업체의 이름은 물론이고 운항 경로, 선착장 위치, 현재 운항 여부 등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변한 도쿄도(東京都) 보건국 관계자는 일련의 정보를 공개하면 운영업체나 관계자가 특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응했다.

한국에서는 감염자의 동선을 상세히 공개하고 감염자가 방문한 각종 영업장이나 시설을 폐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으로 보인다.



그간의 경과를 보면 문제의 야카타부네는 감염 확산의 무대였던 것으로 의심된다.

도쿄의 한 개인택시 조합이 지난달 18일 야카타부네를 통째로 빌려 실시한 신년회에는 택시기사와 택시기사 가족 등 약 80명이 참석했고 수 명의 유람선 종업원이 이들 사이를 오가며 코스 요리와 술을 나르는 등 시중을 들었는데 이 가운데 9명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최근 확인된 것이다.

특히 신년회가 열리기 하루 이틀 전에 이 유람선 종업원(감염 확인)이 중국 후베이(湖北)에서 온 여행객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인데도 일본 당국은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

야카타부네는 도쿄 도심을 흐르는 하천인 스미다가와(隅田川)를 중심으로 스카이트리, 레인보우 브릿지, 오다이바 등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수역을 운항한다.

일본인들이 동창회, 신년회, 송년회 등을 위해 배를 전세 내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외국인 단체·개인 여행객도 많이 이용한다.

선내에 테이블을 설치해놓고 코스 요리와 주류를 제공하며 노래방 설비까지 갖춘 경우도 있어 탑승객이 짧은 시간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향이 있다.

야카타부네도쿄도협동조합에 의하면 도쿄 내 13개 선착장을 거점으로 36개 업체가 야카타부네를 운영 중이다.

유사한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도 긴장감이 부족해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나라(일본)에서는 현재 유행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15일에도 고수했다.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를 포함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일본에서 확인된 이들이 400명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상륙 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감염자를 일본 내 감염자와 별도로 집계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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