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안보회의서 '서구 위기'에 미국 성토 분위기 뚜렷
독일 대통령 "미국, 국제사회에 대한 생각 거부해"
(뮌헨=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국제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올해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일 뮌헨에서 14일 개막한 뮌헨안보회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비(非)서방화'(Westlessness)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양안 관계가 위협을 받아 서구 사회에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새로운 강대국 경쟁 시대에 서구 세계가 공통의 전략을 갖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세계에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고 새로운 핵무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 문구에 포함된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하면서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토론자로 참여한 주요 전체 회의 중 하나인 '세계의 비(非) 서방화 : 변화하는 국제질서 내 다자주의' 세션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됐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기조발언에서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다자주의 질서를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스 장관은 또 국제적인 공조가 지난 몇 년간 전례 없이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면서 미국과 유럽 간의 동반자 관계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성토가 이뤄진 배경에는 팽창을 하던 유럽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타격을 입으면서 위기감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 정부가 다자주의 질서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평한 책임 분담의 차원에서 다자주의 제도를 개혁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장관은 토론에서 다자주의의 기초가 된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의 가치가 더 이상 서구 가치가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임을 강조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도 국제질서가 서방 역할이 줄면서 다극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다원주의의 지역적 보편화를 언급했다.
뮌헨안보회의는 1963년 창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 포럼이다.
이번 회의에는 주요국 정상과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회의원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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