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장관 잇단 부적절 발언으로 논란…개혁의제 '삐걱'

입력 2020-02-15 03:52
브라질 경제장관 잇단 부적절 발언으로 논란…개혁의제 '삐걱'

"공무원은 기생충" "달러화 약세일때 가사도우미도 미국 여행"

정치권 반발로 개혁안 의회 통과 불투명…'정권에 부담' 지적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의 잇따른 부적절한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언어폭력에 가까운 말실수 때문에 개혁법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게지스 장관이 정권에 부담스러운 인사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브라질 주요 언론은 게지스 장관의 최근 발언들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의회 지도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세·행정 등 분야 개혁안 추진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회 관계까지 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 사령탑을 둘러싼 논란은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게지스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헤알화 약세가 거듭되고 상파울루 증시도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게지스 장관은 지난 7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행사 연설을 통해 "공무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너그러운 연금 혜택을 받고 있고 월급은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자동 인상되고 있다"면서 "죽어가는 정부에서 공무원들은 기생충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게지스 장관의 발언은 비대한 공무원 조직과 불합리한 예산 집행이 정부재정을 악화시키고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으나 공무원 사회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비난하면서 "공공 서비스를 평가절하하고 국가적인 문제의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돌리려는 의도된 발언"이라고 분개했다.

경제부가 성명을 내 "공무원 업무의 품질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게지스 장관도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으나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달러화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 달러화가 약세일 때는 가사도우미들까지 미국 디즈니 여행에 나섰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각계에서 게지스 장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으며 의회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게지스 장관은 "달러화 강세가 모두에게 좋다는 것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반발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게지스 장관의 말실수 외에도 조세·행정 개혁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고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라는 점 등을 들어 개혁 유보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내에서는 개혁 일정을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의회 지도부도 현재 분위기에서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숨 고르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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