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측근 파리시장 후보, 성 동영상 유출로 돌연사퇴(종합)

입력 2020-02-15 01:17
마크롱 측근 파리시장 후보, 성 동영상 유출로 돌연사퇴(종합)

벤자맹 그리보, 성적인 내용 담긴 영상 공개되자 "비열한 공격"…전격사퇴

정부대변인 지낸 마크롱 대통령 측근…전날 마크롱 직접만나 거취 논의

영상 올린 이는 러시아 출신 망명예술가…"위선 폭로하고자 올렸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오는 3월 파리시장 선거에 집권당 후보로 나선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이 성(性)적인 내용이 담긴 영상이 유출돼 파문이 일자 후보직을 돌연 사퇴했다.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러시아 출신의 행위예술가는 후보자의 위선을 견딜 수 없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의 파리시장 후보인 벤자맹 그리보(42) 전 정부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오는 3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보는 이날 AFP통신 본사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한 웹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들이 내 사생활과 관련해 비열한 공격을 시작했다. 내 가족은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 공격에 누구도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며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리보는 파리시장 선거전에 뛰어들기 전에는 장관급인 정부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여권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1년 넘게 내 가족과 나는 명예훼손과 거짓말, 루머, 익명의 공격, 사적인 대화의 유출, 살해 협박 등에 시달려왔는데 이것도 모자랐는지 어제는 새로운 것이 있었다"면서 가족을 지키고자 후보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한 웹사이트에 자신과 관련된 성적인 내용이 담긴 영상과 메시지가 공개되고 소셜네크워크(SNS)로 삽시간에 확산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영상을 '성적인 특징이 있는 영상' 정도로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 진위도 현재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영상은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행위예술가 표트르 파블렌스키가 처음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파블렌스키는 일간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리보와 관련이 있는 한 당사자로부터 문제의 영상을 입수해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보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한다고 떠들면서 부인과 아이들 얘기를 자주 했는데, 행동은 정반대로 해왔다"면서 "위선을 규탄하고자 영상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파블렌스키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고, 반정부 페미니즘 록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을 지지하면서 자신의 입술을 실로 꿰매는 등의 퍼포먼스를 한 전위예술가로 유명하다.

프랑스로 망명한 뒤인 2017년 10월에는 프랑스 중앙은행인 방크드프랑스의 한 지점 건물에 방화를 해 징역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날 돌연 후보사퇴를 발표한 그리보는 전날 저녁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자신의 거취 문제를 사전에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은 그리보에게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파리시장 선거전에서는 현 시장인 안 이달고(사회당)가 여론 조사에서 23~24%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리보는 16~17% 수준으로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집권당 LREM은 선거를 불과 한달 앞두고 공천한 후보가 돌연 낙마하자 혼란에 빠져드는 기류다.

후보 인선작업에도 난맥상이 빚어지고 있다. 집권당의 유력 대타로 거론됐던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담당 국무장관은 파리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오는 3월 15일 1차 투표가 진행되는데, 1차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가 2차 투표에서 승부를 가리는 결선투표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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