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조원태 연합군'의 재반격…이사회 과반 확보 포석
한진그룹, 최소 3명 이상 신규 이사 제안 맞대응할 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연합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이사진 후보 8명을 내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6일과 7일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소집해 호텔·레저 부문 구조 개편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안과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을 제시한 데에 대한 재반격인 셈이다.
3자 연합이 이날 공개한 주주제안을 통해 제시한 이사진 후보는 총 8명이다.
이중 사내이사로는 SK 부회장과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김신배 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동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등 4명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후보 4명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현재 한진칼 등기이사는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 고(故) 조양호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한진칼 사내이사는 조양호 회장까지 3명이었지만 작년 4월 갑작스러운 별세로 현재 공석인 상태다.
사외이사 중 1명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도 다음달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달 말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됨에 따라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이 변호사는 이번에 교체될 예정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통상 정관에서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해 놓는다. 하지만 한진칼은 등기 이사를 3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과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만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진칼의 경우 이사 수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3자 연합은 이 같은 한진칼 정관의 빈틈을 노리고 새로운 이사 8명을 대거 후보로 제안해 추후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안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3자 연합은 한진칼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내면 이를 부결시키고, 남은 이사 4명(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에 3자 연합이 제안한 새 이사 8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이사회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가결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데 더해 최소 3명 이상의 신규 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 사항이어서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되기 때문에 표 대결이 한층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현재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에 '우군'으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카카오[035720](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도 조 회장의 편일 가능성이 크다.
3자 연합은 이와 함께 "대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했다.
정관에 청렴성 요건을 반영한 이사의 자격 조항을 신설하고,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 선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등을 명시하고 이사회 구성에 있어 성별 대표성을 확보하는 내용,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의무 사항으로 하고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다만 이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은 이미 지난주 한진칼이 이사회를 열어 의결한 내용과 사실상 중복된다.
이에 대해 3자 연합 측은 "해당 내용을 정관에 아예 규정하도록 정관을 개정하자는 점이 다르다"며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위원회를 추가로 신설하는 정관상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 등도 차별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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