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임기가 1년…이례적으로 짧은 배경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차기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시중은행 가운데 이례적으로 1년으로 정해져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임기는 3월 주주총회부터 1년간이다.
다른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2년 또는 3년인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통상 신임 임기는 2년이고 1년 단위로 연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임기가 3년 이내이지만 대개 2년 이상을 받고 있다. 지성규 현 행장의 임기는 2년이고, 전임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은행장으로 연임했을 때 3년 임기를 받았다.
NH농협은행은 은행장 임기가 1년이다. 단, 이는 농협금융그룹이 은행을 포함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을 1년마다 성과를 평가해 결정하기로 한 자체 정책에 따른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주 회장으로 선임됐을 때 임기를 1년 받았고 이후 성과를 내 재신임을 받은 것처럼 은행장 임기도 우선 1년을 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1년짜리 임기를 받게 된 데에는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로 하기로 한 결정과 맞물렸기 때문으로 지금의 우리은행 상황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은행장의 임기가 2년 또는 3년이었다. 손태승 현 행장이 은행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 받은 임기는 3년이고, 전임인 이광구 전 은행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한 뒤 채용 비리에 연루돼 물러났다.
이보다는 우리금융 내 세력 관계와 얽힌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광석 은행장 후보는 상업은행 출신으로, 한일은행 출신인 손 회장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은 그동안 출신 은행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상업은행 출신이지만 손 회장과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정기 전 우리은행 부문장이 유력한 차기 은행장 후보로 손꼽혔다가 '언더독'인 권광석 후보가 내정된 데에는 권 후보가 가진 은행 내외 두터운 네트워크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문책 경고) 처분을 받은 손 회장이 앞으로 행정소송을 벌이면서도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권 후보의 '친화력'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권 후보에게 임기 2년 이상의 은행장 자리를 줘 권 후보가 '포스트 손태승'으로 부상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장 자리는 지주 회장으로 가는 요직이다. 은행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우리금융으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차기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김정기 전 부문장이 지주 부사장으로 이동한 점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에 경영기획과 경영지원으로 이뤄진 조직을 전략, 재무, 소비자보호·지원, 사업관리, 홍보브랜드, IT·디지털, 리스크관리 등 7개 부문으로 개편하면서 김정기 전 부문장을 사업관리 부사장으로 발령냈다.
사업관리 부문은 자산관리,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등 그룹의 주요 시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맡은 지주의 핵심 부문이다.
김정기 전 부문장을 사업관리 부문 부사장으로 임명해 권광석 차기 은행장을 견제하게 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기 전 부문장이 은행에 남아 있었다면 은행 내 이인자에 불과하지만 지주 부사장으로 가면서 권광석 행장 내정자 밑에 있는 사람은 아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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