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흔드는 손] ③ 집값 주무르는 '스타 강사'의 입…손실 우려도
유튜브·부동산 카페서 특정 물건 집중 홍보…매물 품귀, 가격 상승 부작용
스타강사 덕이라는 광주 봉선동 아파트값, 오른만큼 내려…분위기 휩쓸린 상투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요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곳은 바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다.
네이버와 다음 카페의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는 각각 5만3천개, 4천700개를 넘어섰고 수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 강사나 투자 고수 등의 부동산 관련 영상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단체 카카오톡 오픈 대화방에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 모여 실시간 매물·투자 정보를 교류한다.
정보의 대홍수 속에서 부동산 카페 운영자, 스타 강사, 실전 고수들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수천 명, 수만 명의 회원이나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이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물건은 곧바로 단체 임장(臨場, 현장답사), 매물 품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가수요가 사라지고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고수들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유튜브·부동산 카페서 투자 권유하면 '단체로 관심' 가격 올라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철산 한신 아파트.
1992년 11월 준공한 이 아파트는 전용 89.45㎡의 시세가 2018년 초까지 4억원 초반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수요자가 급증하고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호가도 수직 상승했다.
평범한 고층 아파트가 갑자기 투자자들의 주목받고 가격이 단기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당시 상황을 SNS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018년 여름에 갑자기 철산 한신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몰려와 이상해서 물었더니 어느 전문가가 유튜브에서 전세 끼고 5천만∼6천만원에 갭투자가 가능한 '저평가 단지'라고 소개하면서 (투자금이 작으니) 10채씩 사라고 했다더라"며 "실수요 중심이던 이곳에 느닷없이 단체 손님이 몰려오니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2018년 9월, 회원 수가 90만명이 넘는 대형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 리모델링 추진 홍보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호가가 최고 6억원까지 급등했다. 1년이 채 안 돼 시세가 최고 2억원, 40∼50% 가까이 올랐다.
철산동의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당시 철산 한신에 갭투자를 하겠다고 찾아온 사람 중에 20∼30대 초반이 상당히 많았고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1천만∼2천만원이 아까워 매수 시기를 저울질했던 실수요자들은 결국 집도 못 사고 오르는 가격만 쳐다보며 박탈감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그 해 9·13대책 발표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초부터 4억원대 후반∼5억원 초반으로 가격이 내려간 뒤 상당 기간 이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최근 유명 부동산 카페에 리모델링 창립총회 일정 홍보 글이 올라오면서 다시 6억1천만∼6억3천만원 선으로 시세가 올랐다.
최근 집값 바닥론이 나오고 있는 '부·울·경' 일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원정 투자자들의 '입질'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울산 중구 B-04, B-05, B-06 등 재개발 구역은 일부 유튜브 강사, 부동산 카페 운영자 등이 투자 유망지로 손꼽으면서 대규모 '임장'이 줄 잇는 곳이다.
포털의 부동산 투자 카페나 블로그 등에는 이 지역의 임장 후기가 쏟아진다. 서울 등에서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와 부동산을 돌고 갔다는 현지 중개업소의 후기도 심심찮게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침체 이후 2년 7개월간 하락세가 이어졌던 울산의 아파트값이 지난해 9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는 이러한 집단 투자 움직임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울산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외지인들이 쇼핑하듯 와서 매물을 싹쓸이해간다는 소문이 돌고 난 뒤로 차츰 울산 현지 사람들까지 재개발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실제 사지 않고 가격만 묻고 가도 매물이 들어가고 호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 재개발 지분에는 1억∼1억8천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빗대서 '수용성'으로 불리는 수원·용인·성남시도 부동산 카페, 동호회의 임장 후기와 가격 중계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수원 팔달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곳이 재개발과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는데 이러한 장점을 부각해 투자 유망 지역으로 소개하는 곳이 바로 유튜브와 부동산 카페, 블로그들"이라며 "그들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타 강사가 찍었다는 광주 봉선동, 투자수요 빠지고 급락
그러나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고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유명 부동산 강사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자신의 한 강연에서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아파트값이 오른 게 본인이 쓴 책 덕분이라고 말한 것이 공중파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A씨는 2018년 8월 출간한 자신의 재테크 서적에서 '봉선동이 학군이 좋고 학원이 많으며 혐오 시설이 없어 인기 있고 유망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봉선동 일대 아파트값은 2018년 상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실제 이 책이 발간된 8월을 전후해 최고가를 찍었다.
봉선동 포스코더샵 전용면적 84㎡의 경우 2018년 1월 4억3천만∼4억9천500만원이던 거래가격이 6월 들어 5억∼6억3천500만원으로 뛰었고, A씨의 책 발간 직후인 9월에 최고 7억3천700만원까지 팔렸다.
그러나 2018년 말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작년 하반기에는 5억7천만원, 12월에는 5억5천만원에 거래되며 고점 대비 최고 1억5천만원 이상 하락했다.
봉선동 소재 쌍용스윗닷홈 아파트 전용 140.15㎡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초 7억원 선에서 5월에 9억∼10억원대로 급등하며 '10억' 대열에 합류하더니 그해 9월 자체 최고가인 13억원까지 거래가가 치솟았다. 당시 불과 서너 달 만에 무려 3억원 이상 뛴 것이다.
그러나 작년 1월 11억5천만원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작년 12월에는 11억원까지 떨어졌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는 당시 외지인의 거래보다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거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봉선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018년 갑자기 투자 문의가 늘고 가격이 급등해서 중개사들끼리도 이상하다 했는데 한차례 열풍이 불더니 이내 투자 열기가 식었다"며 "작년부터 매수세가 확 줄었는데 인근에 분양·입주 물량까지 늘면서 가격이 약세"라고 전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애초 봉선동이 학원 수요가 있긴 해도 교통·생활 인프라 시설이 부족해 강남 대치동 , 대구 수성구 수준의 인기 동네로 보긴 어려웠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봉선동 삼익 1·2차 등 일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외부 투자수요가 몰렸다고 들었다"며 "그 덕에 주변 아파트값이 덩달아 올랐다가 가수요가 사라지며 가격이 내려간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진짜 스타 강사 영향인지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한 때 비정상적으로 쏠렸던 관심이 줄면서 거품이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고점에 산 사람중 일부는 상투를 잡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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