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경선] 텃밭서 첫 승리 샌더스…여세 몰아 돌풍 재점화 시도

입력 2020-02-12 15:01
[뉴햄프셔 경선] 텃밭서 첫 승리 샌더스…여세 몰아 돌풍 재점화 시도

'1%가 富독점' 자본주의 폐해 비판, 젊은층 열광적 지지 얻은 '민주적 사회주의자'

바이든 부진 집중 공략, 선두 도모 전망…중도진보 표심 흡수 여부 주목

근소한 차 승리·고령·건강·이념논쟁 휘말릴 가능성 등은 돌풍 제약 요소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대선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미 진보진영에 아웃사이더 돌풍을 몰고 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상위 1%가 부(富)를 독점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근로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의 정치혁명을 주장하며 젊은 층으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아왔다.

'샌더스 돌풍'의 시작은 2016년 대선이었다. 무소속인 샌더스 의원은 당시 민주당 간판스타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대적 개혁을 표방, 돌풍의 주역이 됐다.

당시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초접전 끝에 석패했고 본선행 티켓도 결국 클린턴 후보에게 넘겨줬으나 4년 뒤 대권 재도전을 선언, 첫 경선지 아이오와에서 2위로 선전한 데 이어 두 번째 경선지이자 지역구인 버몬트주에 인접한 뉴햄프셔에서는 승리를 일궈냈다.

샌더스 의원의 특징은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로서의 기본적 입장을 정치 인생을 통틀어 한결같이 유지해왔다는 데 있다.

이번 대선 경선 레이스에 나서면서도 보편적 의료보험과 공립대 무상교육, 최저임금 인상, 상위계층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공약을 상당수 내놨다.

이러한 샌더스 의원의 입장은 양극화의 폐해에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층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냈다. 록스타에 견줄 인기라는 평가가 많은데 샌더스 의원을 무조건 엄호하며 타 후보에 대한 맹폭을 서슴지 않는 극성 지지자들이 문제가 될 정도다.

그러나 샌더스 공약 실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샌더스 의원 본인조차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화당 쪽에서는 샌더스 의원을 사회주의자로 낙인을 찍어 대립각을 선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의 승리를 발판 삼아 한층 공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경선이 이어지는 네바다(2월 22일)와 사우스캐롤라이나(2월 29일), 그리고 14개 주가 경선을 치르는 3월 3일 '슈퍼화요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연달아 부진을 면치 못한 상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선두 유지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뤄진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이 1위에 오르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샌더스 의원이 뉴햄프셔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압승을 거뒀던 데 비해 이번에는 2%포인트 미만(95% 개표 기준)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뉴햄프셔 승리가 샌더스 돌풍의 재점화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20% 안팎의 득표율로 샌더스 의원을 추격하며 2위와 3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샌더스 의원에게 부담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아이오와에서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샌더스 의원이 중도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대거 흡수해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도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의료보험과 공립대 무상교육 정책 등이 트럼프 대통령 측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민주당의 정권 탈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샌더스 의원의 강세는 민주당 내부에서 이어지는 '이념 전쟁'의 골을 한층 깊어지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진보 성향이다. 그러나 중도 진보를 표방하는 지도부와 달리 두각을 나타내는 초선 하원의원 그룹을 중심으로 당내 진보 색채 강화를 요구하며 샌더스 의원의 손을 들어줘 왔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무소속인 샌더스 의원이 대선후보로 낙점될 경우 당의 진로를 놓고 첨예한 논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샌더스 의원이 현재 78세로 고령인 점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77세라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이 문제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샌더스 의원이 지난해 10월 심장마비까지 겪으면서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40대인 1981년 버몬트주의 소도시 벌링턴 시장으로 당선돼 4선을 지냈으며 1991년부터는 하원의원을, 2007년부터는 상원의원을 지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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