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 신종코로나 대응 총력전에 다른 중환자들 '뒷전'

입력 2020-02-12 14:36
수정 2020-02-12 14:44
中 우한 신종코로나 대응 총력전에 다른 중환자들 '뒷전'

암 수술·혈액질환 치료 등 손도 못 대…일부 환자는 '유서' 쓰기도

전문가들 "중소 병원 네트워크 확충 등 의료체계 개혁 시급"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고 있지만, 신종코로나 감염자를 제외한 다른 중환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로 여겨졌던 우한 내 극심한 의료 자원 부족 현상은 의료진 파견, 임시병원 건설, 의료물자 확충 등으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의료 자원이 신종코로나 대응에 집중되면서 다른 중환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현재 우한 내에서 암 수술이나 간질, 혈액질병, 기관지 천식 등으로 긴급한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는 수천 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

우한 주민인 푸다오순(81) 씨는 심부 정맥 혈전증을 앓고 있어 매일 병원에 가서 치료제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다니던 푸아이병원이 지난달 23일 신종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더는 푸 씨의 치료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푸 씨의 손녀는 "할아버지는 통증을 완화할 치료제를 맞지 못하면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한다"며 "절망한 할아버지는 지난주에 유서를 써놓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중국 신종코로나 확산에 사망 1천100명·확진 4만4천명 넘어 / 연합뉴스 (Yonhapnews)

우한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완루이 씨는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화학치료를 받아왔지만, 완치를 위해 받아야 하는 골수 이식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가 다니던 우한 셰허병원이 지난달 21일 신종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더는 이식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내 딸의 병세는 날로 악화하고,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고통 또한 커지고 있다"며 "후베이성 내 다른 병원에 알아봤지만, 우한에 머무르라는 말만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 의료체계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중국 의료체계 개혁을 위한 제안서 초안을 작성했던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의 탕선란 교수는 "지난 2009년 중국 의료개혁이 시작된 후 진전이 있었지만, 중국의 공공병원 개혁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시설, 공공의료 재정, 관련 제도 등을 포함해 중국의 의료체계는 개혁이 아닌 '혁명'이 요구된다"며 "우한 내에서도 원료 진료와 처방 등 환자들에게 긴급한 서비스를 제공할 혁신적인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화중사범대학의 야오저린 교수는 "중국 의료체계는 풀뿌리 단계에서 개선돼야 한다"며 "대형 병원에만 집중하고, 중소 병원 네트워크 건설은 소홀히 한 결과 신종코로나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전염병 대응 능력이 있는 대형 병원이 모든 자원을 집어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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