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인구 1억 돌파, 축포 대신 비상등…"둘만 낳자" 안 통해
출산율 '3.5'로 고공행진…6개월마다 100만명씩 증가
NYT "빈곤·실업·자원부족 심화 우려"…전문가 "정부, 전략 부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유럽과 아시아 곳곳이 저출산으로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집트는 '인구 1억명'을 달성했지만 축포가 아닌 비상등이 켜졌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1일(카이로 현지시간) 이집트 정부에 따르면 이날 낮 중부 미니아(알미니아)주(州)에서 1억번째 국민 야스미네 라비에라는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이집트에서는 인구 1억명 돌파를 축하하기보다는 인구 급증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앞서 지난주 이집트 내각은 인구 1억명 돌파를 앞두고 인구 급증세에 "고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인구 증가를 테러에 맞먹는 안보위협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후 2030년 이집트의 인구는 1억2천800만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집트의 가파른 인구 증가는 2008년 이래 출산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 즉 합계출산율은 3.5로, 한국의 3배가 넘는다.
연간 인구증가율이 1.8%를 나타내며 6개월마다 인구가 100만명씩 늘어난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되기 전 1990년∼2000년대에는 산아제한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출산율이 5.2에서 3.0까지 떨어졌지만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 무렵부터 계속 오름세다.
시시 대통령 정부는 과거 한국의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비슷하게 '둘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 아래 산아제한을 펼쳤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난, 정정 불안, 서방의 산아제한 지원 급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되나 과학적인 원인 분석이 이뤄진 건 아니다.
다자녀를 '축복'이나 가장의 수입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는 전통적인 인식도 강한 편이다.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라 고질적 경제난과 고실업, 교통난, 주택난, 인프라 부족은 더욱 악화하는 양상이다.
이집트의 빈곤율은 2015년 27.8%에서 지난해 32.5%로 악화했다. 이는 정부 공식 통계이며, 실상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처럼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높은 출산율이 유지된 결과로 매년 70만명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유엔인구기금의 이집트 사무소 대표 알렉산드라 보디로자는 이집트의 청년 일자리 수요와 관련, "어떤 정부라도 힘에 부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물과 농지가 부족한 이집트는 약 4% 국토에 인구의 95%가 몰려 거주한다.
용수를 나일강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 국가 에티오피아가 대형 댐을 가동할 예정이서 물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시 대통령 정부가 인구 급증을 '위협'으로 여긴다면서도 전략과 행동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아인아인샴스대학의 산부인과전문의 아므르 A 나딘 박사는 "정부가 인구과잉 문제에 대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진정한 대처 전략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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