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무장관 "이민제한 국민투표, 심각한 결과 초래할 것"

입력 2020-02-11 20:57
스위스 법무장관 "이민제한 국민투표, 심각한 결과 초래할 것"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 국민투표 발의…"인건비 싼 외국인 선호"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 법무장관이 오는 5월로 예정된 이민 제한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11일(현지시간) 현지 뉴스 통신사 키스톤-SDA에 따르면 카린 켈러-주터 장관은 유럽연합(EU) 시민권자의 이민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EU와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위스는 EU와 농업부터 산업 표준까지 정치·경제적으로 120개의 양자 협정을 맺고 있는데, 만일 이민을 제한할 경우 이 협정들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들 양자 협정마저 폐기되면 EU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스위스 수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EU 시민권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거부하는 것은 솅겐 조약 및 더블린 조약의 탈퇴를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솅겐 조약은 가입국 내에서는 출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한 조약이며, 더블린 조약은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하도록 한 조약이다.

켈러-주터 장관은 "이것은 순전히 도박이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스위스는 오는 5월 17일 스위스 정부가 EU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EU 시민권자의 이민에 상한을 두고 할당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진행한다.

만일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스위스 정부는 지난 1999년 EU와 맺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협정을 끝내기 위해 향후 1년간 협상해야 한다.

스위스는 유럽 한복판에 자리해 있지만 EU 회원국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 협약을 포함한 여러 양자 협약을 통해 사실상 EU 회원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번 법안은 스위스의 제1당이자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국민 10만 명에게 서명을 받아 발의한 것이다.

SVP는 이민을 통제하지 않으면 사회기반시설과 환경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고용주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스위스에서는 지난 2014년 EU 시민권자의 이민에 상한을 두는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한 번 진행한 바 있다.

당시 EU는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대원칙에 반한다며 반발했지만,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이에 고심하던 스위스 정부는 상한제 대신 자국민에게 먼저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절충안을 내 EU의 공격을 피했지만, 이번에 비슷한 내용의 국민투표 안이 다시 올라오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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