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봉준호에 주목한 시카고트리뷴 "땡큐 오스카"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유력 종합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오스카) 석권으로 오스카의 '격'이 한층 제고됐다고 평했다.
시카고트리뷴은 10일(현지시간) "기생충은 오스카에 새 역사를 썼을 뿐 아니라 오스카의 '격'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에 최고상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4개 상을 안긴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기사를 쓴 시카고트리뷴 소속 유명 영화평론가 마이클 필립스는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며 "아카데미 측에 감사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 영화 기생충을 뽑은 것에 감사한다"며 "기생충은 2019년 개봉작들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고, 가장 멋지고,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했다.
이어 "아카데미는 장려 차원에서 또는 의무감에서 기생충에 상을 준 것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이 만든 소셜 스릴러의 정교한 경지를 알아본 것"이라면서 각본상·감독상 모두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필립스는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은 '따 놓은 당상'이었으나, 미국 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며 뭔가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며 "기생충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만일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기생충 대신 작품상을 탔더라면 할리우드 돌비 극장을 메운 이들은 완벽하게 만족하고 마땅히 열광했겠지만, 기생충이 수상작으로 호명된 후 터져 나온 환호성 역시 결코 의례적인 반응으로 들리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미국에서 변화를 위한 올바른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안도 섞인 기쁨이 느껴졌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대표가 작품상 발표 후 배우·제작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이는 기분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힌 사실을 전했다.
이 신문은 기생충이 미국에서만 1천100만 달러(약 130억 원) 이상, 전세계적으로 1억6천5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며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탄탄한 배경을 소개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지난 2010년 3월 봉 감독의 작품 '마더'가 미국에서 개봉한 당시, 그의 영화가 미국 주류 관객들에게도 상당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며 주목한 바 있다.
당시 이 신문은 "지난 10년간 홍콩영화가 주춤한 틈새를 타고 한국영화가 미국 시장에서 특별한 장르를 개척하며 폭발적인 발전을 이뤄왔다"면서 봉 감독에 대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점차 강화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묘미를 살리는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호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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