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ISIS 합류 자국민 600여명 시리아서 귀환 딜레마
"국가안보 우선해야" vs "곤경 빠진 자국민 국가가 도울 의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IS)에 합류한 뒤 현재 시리아 난민캠프 등에 있는 자국민 600여명을 본국으로 데려올지 딜레마에 빠졌다.
10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초 "ISIS에 합류했던 인도네시아 국민 600여명의 귀환 여부를 검토 중이며 오는 5월∼6월께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과 "곤경에 빠진 자국민을 국가가 도울 의무가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연일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5일 "만약 내 개인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반대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ISIS에 합류했던 인도네시아인의 귀환이 미칠 다양한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흐푸드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 역시 사견을 전제로 "ISIS에 가입한 인도네시아인은 국가에 위험하기 때문에 귀환시킬 필요가 없다"며 "일반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의 귀환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파흐룰 라지 종교장관은 "ISIS의 잔혹함을 알기에 그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정했다.
인도네시아의 테러 피해자나 가족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속속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이슬람계 정당인 번영정의당(PKS) 소속 정치인 마르다니 알리 세라는 이들을 속히 귀국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르다니는 "그들은 ISIS의 약속에 속았다. ISIS는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 정도로만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이 곤경에 빠졌다. 정부는 그들의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600여명은 모국의 생물학적 자녀로서 반드시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린드라당 부의장인 파들리 존도 "정부는 600여명을 ISIS의 희생자로 인식해야 한다"며 "국가는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기에 이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마룹 아민 부통령은 600여명을 '코로나바이러스'에 비유하며 "이들 중 몇몇은 급진주의를 확산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격리하고 먼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600여명 중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귀국 대상인 인도네시아 국적자가 몇 명인지부터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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