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미국이 한국 등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하면 대응"(종합)
"미국, 원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사일 배치할 수 있어"
"중국 억제용이지만 러시아도 사정권"…'New START' 협정 연장도 촉구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윤고은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외교관의 날'을 맞아 자국 일간 '로시이스카야 가제타'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있다"면서 "이와 관련 일본과 한국이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두 나라(일본과 한국)는 그러한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정말로 미사일들을 그곳에 배치하고 싶어한다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사일 배치 지역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들도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는 "물론 미국은 이러한 조치들이 중국 억제를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지만 지리적 거리상 이 지점들에 미국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러시아 영토의 상당 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사일이 일본과 한국에 배치되면 우랄산맥(러시아의 중부·유럽 지역과 아시아·시베리아 지역을 나누는 산맥)까지의 모든 러시아 영토가 사정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당연히 우리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이러한 게임(미사일 배치)이 어떤 위험을 내포한 것인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22일에도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또 이날 로시이스카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월 효력이 종료되는 미국과의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연장할 필요가 있음을 거듭 역설했다.
2010년 4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뉴스타트는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의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1년 2월 5일 발효한 10년 기한의 뉴스타트 협정은 2021년 2월 5일 만료되지만, 양국이 합의하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미국이 앞서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 조약'(INF)에서 탈퇴하면서 뉴스타트는 미-러 양국 사이에 남은 유일한 전략 핵무기 통제 협정이다.
라브로프는 러시아와 미국 양자뿐 아니라 다른 핵보유국들이 참여하는 조약 연장에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자 조약이 되려면 공식 핵보유국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참여하지 않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핵을 보유한 다른 2개국 등이 참여하는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러시아는 어떤 형식의 핵무기 감축 및 제한 협상에도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가 언급한 다른 2개 핵보유국은 이스라엘과 북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뉴스타트 연장 협상에서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아반가드르', '사르맛' 등의 전략무기들도 대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정연설에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아반가르드', 공중 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의 여러 첨단 무기들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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