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바로미터' 뉴햄프셔…100년 맞은 첫 프라이머리 명성
뉴햄프셔 놓치고 대선 승리한 대통령은 1952년 이후 3명뿐
무당파도 참여 본선 적중률 높아…백인 90%·적은 인구로 대표성 논란도
(맨체스터[뉴햄프셔]=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함께 대선 풍향계라고 불린다.
뉴햄프셔는 1차 아이오와에 이어 2차 경선지로 자리 잡으면서 대선 주자 입장에서는 초반 판세를 가다듬는데 매우 중요한 승부처란 의미를 지니는 데다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1952년 지금같은 방식의 프라이머리가 뉴햄프셔에 도입된 이래 당선된 12명의 대통령 중 이곳에서 1위를 놓친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경우는 1992년 빌 클린턴, 2000년 조지 W. 부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3명이었다.
뉴햄프셔주가 '대선 족집게',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평판을 얻은 것은 경선 방식에도 기인한다.
미국 경선은 당원들만 참여해 공개투표 방식으로 진행하는 코커스와, 비당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비밀투표 형식으로 진행하는 프라이머리로 나뉜다.
뉴햄프셔주 경선은 해당 정당의 당원 외에 무당파에게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 때문에 고정 지지층은 물론 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의 표심까지 간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뉴햄프셔 주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올해 11월 대선 투표에 참여하겠다며 유권자 등록을 마친 이들은 모두 98만명이다. 이 중 공화당 지지자는 29만명, 민주당은 28만명인 반면 무당파는 42만명으로 40%가량을 차지한다.
뉴햄프셔주가 미국의 첫 프라이머리 개최 주라는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20년이다. 이 전통이 올해로 꼭 100년째인 것이다.
첫 프라이머리 개최 지역이라는 뉴햄프셔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뉴햄프셔주는 1977년 '미국 최초'라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아예 주 법률을 만들어 미국에서 첫 번째로 프라이머리를 개최하도록 못 박아 버렸다.
1988년 당시 주지사였던 존 수누누는 "(첫 코커스 주인) 아이오와 사람들은 옥수수를 뽑지만 뉴햄프셔 사람들은 대통령을 뽑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첫 프라이머리를 개최할지를 놓고 다른 주와 경쟁이 벌어지면서 당초 3월 초이던 경선일은 계속 앞당겨져 2008년에는 1월 8일 실시되기도 했다. 올해는 2016년에 이어 2월 두 번째 화요일로 다소 늦춰졌다.
다만 뉴햄프셔의 프라이머리는 대표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백인 비율이 90%로 60% 남짓인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 인종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민주당의 경우 뉴햄프셔주를 첫 프라이머리 지역으로 할지가 꾸준한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올해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흑인, 히스패닉 대선 주자들이 1차 경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줄줄이 중도 하차를 선언한 것은 백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뉴햄프셔주에서 선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다.
마찬가지로 첫 코커스 지역인 아이오와 역시 백인 비중이 90%를 차지해 비슷한 논쟁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개표 지연 및 결과의 부정확성 논란까지 휩싸여 곤혹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뉴햄프셔 인구는 135만명, 아이오와는 31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각각 0.4%, 0.9%에 불과한 것도 대표성 논란을 키우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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