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시청 모습 한시간 넘게 생중계한 브라질 대통령

입력 2020-02-08 21:38
'트럼프 연설' 시청 모습 한시간 넘게 생중계한 브라질 대통령

페이스북서 73분간 실시간 중계…"대통령이 아첨하며 시간 낭비" 비난 여론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친미(親美)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심판 무죄 판결 기념 연설을 시청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시간 넘게 생중계해 논란이 일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 상원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 발표가 있었던 6일(현지시간) 이를 지켜보는 자신의 모습을 무려 73분간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다음날 보도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시청하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따금 카메라를 돌아보며 트럼프 대통령에 환호를 보내거나 정적과 언론을 질타하기도 했다.

또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밋 롬니 상원의원을 거론하며 "브라질 정치에만 '배신자'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비평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시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데 낭비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브라질의 록스타 로바웅은 강경한 민족주의자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그토록 저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층인 군 원로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미 전문 계간지 '아메리카스 쿼털리'의 브라이언 윈터 편집장에 따르면 많은 군 장성이 미국에 충성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윈터 편집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효과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전략을 썼다는 분석도 내놨다.

윈터 편집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그가 사회주의와 거리를 두고 브라질을 이끌어가겠다는 강한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미국이 자본주의와 번영, 치안, 경제 성장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윈터 편집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러한 생중계 이벤트를 이어갈 것이며, 이러한 '구애'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도 암묵적으로 이를 승인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공격적으로 응수했다.

그는 왜 과거 브라질 지도자들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나 그 전임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등 좌파 지도자들에게 구애할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냐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을 깎아내리는 비판보다는 건설적인 비판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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