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여파] 보험모집인에 "아파트단지 들어오지 말라"
마트·극장·놀이공원 '텅텅'…다가가면 "온라인서 보겠다" 거절
어린이집 휴원에 설계사 엄마는 '울상'…영업 위축에 생계도 타격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구정모 김연숙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확산하면서 신용카드나 보험 등 고객과 대면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직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고객들이 카드·보험 영업직원들과 만남 자체를 회피하면서 이들 직종에 대한 생계 지원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0일 신용카드·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이들 업종 영업직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영업은 대형 유통점이나 극장, 놀이공원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이런 시설에 가급적 가지 않으려 하다 보니 영업직원 입장에서 보면 고객과 만날 접점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신용카드 신규 발급 마케팅 내용을 설명하고 발급 절차도 진행해야 하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신용카드의 '신'자만 꺼내면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보겠다'며 가버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식당가, 병원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주말 시간대 평상시라면 사람이 북적거렸을 곳들이 최근엔 아예 텅 비는 상황이다.
최근 한 신용카드 영업점은 민원인 때문에 지점을 폐쇄하고 방역하는 사태도 있었다.
한 민원인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중국 갔다가 어제 들어왔다"며 감염 가능성을 위협하고 나가버렸다. 해당 영업점은 부랴부랴 폐쇄하고 방역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평소라면 악성 민원인 1명 다녀간 것으로 넘어가고 마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선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워 위기 대응 절차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역시 대면 영업이 많은 보험 모집인 역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외부인의 아파트 방문 자체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신종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만나자는 고객들은 요즘 흔히 본다"고 말했다.
브리핑이나 이벤트 등 많은 고객을 모아 놓고 영업하는 재무설계사(FP)들은 특히 타격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 자체가 취소되는 분위기다 보니 이들 역시 영업 위축 상황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휴원 조치로 보험 영업이 타격받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이 짬짬이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하는 부업 형태의 설계사들이 많다 보니 어린이집·유치원 휴원은 본인이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집 실적에 상당 부분 연동되는 이들의 보수 체계를 감안해볼 때 다른 방식으로 모집인의 수당을 보전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람을 만나 영업을 하는 모집인들 입장에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수입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런 직종에 대한 생계 보전 방안도 살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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