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마스크 '판매 사기' 극성…생필품 전반 사재기 확산(종합2보)

입력 2020-02-07 20:50
홍콩서 마스크 '판매 사기' 극성…생필품 전반 사재기 확산(종합2보)

신종코로나 감염자 발생 크루즈선서 수천 명 하선에 공포 커져

중국 본토 방문자, '14일 격리' 거부하면 최대 6개월 징역형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마스크 판매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마스크 부족으로 휴업하는 개인병원도 속출하고 있다.

마스크에 이어 일회용 장갑도 품귀 현상을 빚고 생필품 전반으로 사재기가 확산하고 있으며,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크루즈선에서 수천 명이 내렸다는 소식에 홍콩인들의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온라인 마스크 판매 사기를 벌인 일당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 의료용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낸 후 이를 본 고객이 구매 의사를 밝히고 돈을 송금하면 자취를 감추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홍콩 경찰은 지난 5일까지 109건의 마스크 판매 사기 관련 신고를 접수했으며, 피해액은 총 58만 홍콩달러(약 8천9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부 구의원은 자신들에게 마스크 판매 사기 관련 민원을 제기한 주민이 1천여 명에 달하며, 피해액은 80만 홍콩달러(약 1억2천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 사기 사건은 피해자가 700여 명에 달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 대량 사망의 기억을 가진 홍콩인들은 마스크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2년 말 홍콩과 접한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사스는 곧바로 홍콩으로 확산해 1천750명의 홍콩인이 감염돼 299명이 사망했다.

전날 홍콩에서는 3명의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확진 판정 건수가 총 24건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지난 4일 사망했다.

전염병 권위자인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교수는 "확진 환자 중 상당수가 최근 중국 본토를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는 '지역사회 내 감염'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이를 방치하면 수많은 환자가 발생한 중국 본토 도시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크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개인병원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휴업하는 일마저 속출하고 있다.

홍콩의사협회에 따르면 마스크 부족으로 인해 최소 15곳의 개인병원이 휴업에 들어갔으며, 휴업에 들어가지 않은 병원들도 진료 시간을 반나절로 단축하거나 휴진일을 늘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협회의 헨리 양 회장은 "100명이 넘는 의사가 마스크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으며, 그 수량은 6만∼8만장에 이른다"고 밝혔다. 2주일 내 마스크가 동나는 의사가 400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수많은 홍콩 내 환경미화원들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청소용역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이 4천여 명에 달하지만, 마스크는 고작 1만 개가 남았다"며 "500만 개의 마스크가 긴급히 필요하지만, 이를 구하지 못할 경우 일부 환경미화원은 일을 못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는 1만여 명의 정부 소속 환경미화원이 있으며, 정부나 민간기업과 청소용역 계약을 맺은 환경미화원도 25만 명에 달한다.



홍콩에서는 마스크에 이어 일회용 장갑도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감염자가 접촉한 문손잡이 등에 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마트로 달려가 일회용 장갑 사재기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일회용 장갑이 매진 사태를 빚고 있다.

사재기는 마스크나 일회용 장갑뿐 아니라 손 세정제, 화장지, 쌀, 고기, 해산물, 과일, 야채 등 생필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입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홍콩인들이 소비하는 생필품의 상당 부분은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생필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운수업계는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는 트럭 운전사들은 입경 통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으며, 홍콩 정부도 생필품의 홍콩 반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최근 14일 이내 중국 본토를 방문한 후 홍콩에 입경한 사람을 2주일 동안 격리하는 조치를 위반하는 사람은 최고 6개월 징역형과 2만5천 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형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접경지역 전면 봉쇄를 주장하면서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이날 홍콩의원관리국 점거 농성을 벌였다.

당초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정부가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19일까지 파업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조합원 투표에서 이 안건이 부결돼 파업을 철회했다.

한편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올해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경영난을 겪은 홍콩항공은 전체 임직원 3천500여 명의 10%가 넘는 400명을 감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인들의 신종코로나 감염 공포는 다수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크루즈선 '월드드림' 호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배는 지난달 19∼24일 승객 4천여 명을 태우고 중국 광저우에서 출발해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이 여행을 갔던 사람 중 8명이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더구나 이 크루즈선 운항사는 이를 모르고 이후 남중국해, 필리핀 등으로 3차례나 더 이 배를 운항했는데, 이 3번의 여행 때 배를 탔던 5천여 명의 홍콩인이 하선해 홍콩 전역으로 흩어진 상태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이 5천여 명의 승객들에게 즉시 당국과 접촉할 것을 촉구하고,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 5일 대만에서 돌아와 현재 홍콩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에 정박해 있으며, 승객과 승무원 등 3천600여 명에 대한 신종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신종코로나 실은 공포의 크루즈선? 일본서 무더기 감염 / 연합뉴스 (Yonhapnews)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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