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화웨이 5G 일부 수용한 영국총리에 노발대발"

입력 2020-02-07 09:51
"트럼프, 중국 화웨이 5G 일부 수용한 영국총리에 노발대발"

외신 '듣던 관리들 경악' 보도…영국정부 애써 '톤다운'

"브렉시트 경제대안인 미국과의 무역협상 차질 빚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망 구축에 일부 허용하기로 한 영국의 결정에 격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지난 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총리 사이의 통화가 매우 까다롭고, 조마조마한 것이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슬 퍼런 방식으로 영국의 화웨이 관련 결정에 대한 견해를 표출했고, 그가 존슨 총리에게 사용한 말들의 강도는 영국 관리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영국이 지난달 28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화웨이 장비에 대한 제한적 허용 방침을 결정한 직후 통화를 했다고 한다.

영국은 당시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 장비의 점유율을 35%로 제한하고 비핵심 부문에 한해 허용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그가 존슨 총리에 대해 여러 차례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과는 달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존슨 총리의 구상을 호의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관측했다.

미국은 영국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면 정보와 안보 협력 일부를 철회하겠다고 이미 위협한 바 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과도하게 밀착돼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우방 역시 미국과 동일한 방침을 채택할 것을 설득해왔다.



한편, 영국 정부는 트럼프가 존슨에 노발대발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며,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영국이 5G 구축사업에 화웨이를 부분적으로 참여시키기로 한 결정을 발표한 직후 백악관이 내놓은 성명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백악관은 당시 "오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가 통화를 해 통신 안보를 비롯한 중요한 지역 현안과 양자 문제를 논의했다"는 절제된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영국의 화웨이 관련 결정 직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영국 측에 "매우 분명하게" 실망감을 표현했다고 밝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존슨 총리는 영국 내에서도 화웨이와 관련해 골칫거리에 직면해 있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의 평의원 다수가 존슨의 결정에 반기를 들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보수당 의원들은 화웨이 장비를 3년 이내로 영국의 통신망에서 걷어낼 것을 약속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궁극적으로는 4세대(4G) 통신망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제거한다는 약속을 정부로부터 끌어내길 원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화웨이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크다 할지라도, 안보 우려는 완화될 수 있는 사안임을 이유로 들며 화웨이 장비의 부분 허용 결정을 내렸다.

영국의 이런 결정에는 5G 구축을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려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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