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축하의날" 탄핵심판 무죄 자축…민주 맹폭, 사과는 전혀(종합)
백악관서 1시간여 거침없는 연설로 '승리' 행사…'무죄' WP 1면 들어보이며 "최종 결과"
특검·탄핵심판에 "헛소리·마녀사냥"…"탄핵심판 끝나고 사과한 클린턴과 대조"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이 전날 무죄 결정으로 끝난 데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자축 행사를 벌였다. 탄핵 추진을 시도한 민주당에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무죄로 결론나기는 했지만 탄핵심판까지 받은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부 각료와 공화당 상·하원의원 등을 초청해 성명 발표 형태로 한 연설에서 1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면서 "우리는 지옥을 거쳐왔기 때문에 오늘은 축하의 날"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무죄 선고'라는 1면 헤드라인이 큼지막하게 찍힌 워싱턴포스트(WP)를 들어보이며 "이것이 최종 결과"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평소 WP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면서 '망해가는 언론'이라고 깎아내리며 각을 세워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웃으면서 "워싱턴포스트에서 유일하게 좋은 헤드라인"이라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을 통해 이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연설 초반에 "이건 기자회견이 아니고 연설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며 "그저 일종의 축하"라고 성격 자체를 '축하 무대'로 규정했다. 이날 행사에는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잉그러햄과 보수 성향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무죄 결정 이후 '빅토리 랩'(victory lap·우승자가 경주 후 트랙을 한 바퀴 더 도는 것)에 나섰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 동안 엄청난 일이 일어났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동안이었다"며 민주당의 마녀사냥은 자신이 재임하자마자 시작됐다면서 "우리는 지금 이 일을 3년 넘게 겪고 있다. 그건 악이고, 부패했고, 더러운 경찰이었고, 누설자와 거짓말쟁이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탄핵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부르면서 "이런 일은 절대 다른 대통령에게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캠프와 러시아 측의 결탁 의혹을 22개월간 조사한 특검 수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속어를 써가며 "그건 모두 허튼소리(bullshit)였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 시도를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선 "끔찍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탄핵조사를 이끈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에게는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공격했다.
또 탄핵 심리 과정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폈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울부짖는 척"이라고 부르는 등 민주당 인사들을 하나씩 거론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사악하고 비열하다"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밋 롬니 상원의원을 "실패한 대통령 후보"라고 비난, '뒤끝'을 보이기도 했다. 또 롬니와 같은 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이크 리를 가리키며 "유타주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원의원"이라고 칭찬, 거듭 롬니를 깎아내렸다. 한 주(州)의 상원의원은 2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상원을 이끈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를 향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치켜세우고 공화당 의원들과 변호인단 등을 "위대한 전사들"이라고 부르며 자축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연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자유분방하고 신랄한 연설에서 자신의 무죄 선고를 자축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면서 저속한 표현을 써가며 탄핵심판 무죄 선고를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사과하는 기색은 비치지 않았고 이는 과거 탄핵소추를 당했다가 상원에서 무죄 결정을 받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대조를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종료 후 백악관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의회와 국민에게 무거운 부담을 안긴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유일한 회개는 자신의 가족이 민주당이 꾸민 거짓의 부패한 거래를 겪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한 것뿐이라고 AP는 전했다.
WP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과 당시에는 아무도 박수치거나 대통령을 향해 환호성을 보내거나 하지 않았으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처럼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가 연주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z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