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봉쇄 당일, 이미 1만1천여 명 감염 추정"

입력 2020-02-05 17:21
수정 2020-02-05 17:22
"우한 봉쇄 당일, 이미 1만1천여 명 감염 추정"

미 텍사스대 연구진, 美 CDC 발행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중국의 보건 당국이 우한과 다른 대도시에서 검역을 시작하기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널리 퍼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우한 등의 검역 개시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50% 이상인 도시가 최소한 128개에 달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들 도시 중에는 현재까지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또한 봉쇄령이 내려진 1월 23일 현재, 우한 지역에는 1만1천213명의 감염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발표한 숫자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저널 '새로운 전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실릴 예정이다. 이번 연구엔 홍콩, 중국, 프랑스 등의 연구기관도 참여했다.

텍사스대가 4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미리 공개한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과거 중국 춘제 연휴 기간의 여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내 371개 도시 간의 주민 이동 패턴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이 대학 '어드밴스트 컴퓨팅 센터'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모델에 결과를 반영해 전파 속도와 범위를 예측했다.

보고서는 "위험 분석을 통해 (우한 이외의) 몇몇 중국 도시에 포착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들이 잠복해 있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면서 "올해 초에 이미 도로와 철도를 통해 우한 검역 지역 밖으로 전염의 씨가 뿌려졌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우한 봉쇄 이전에 최소한 한 명 이상의 감염자가 베이징, 광저우, 선전, 상하이 등 4개 대도시를 방문했을 확률이 99%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이징에선 1월 27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보고서는 이어 새로운 확진자가 매주 대략 두 배로 증가하고, 평균적으로 감염자 한 명이 다른 두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것으로 추정했다.

전염병 확산 모델 전문가인 텍사스대의 로런스 안셀 마이어스 교수는 "춘제 연후 기간 중국에서 철도와 자동차로 이동한 여행자가 98%라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철도·도로 여행을 모두 반영한 이번 위험 분석이, 항공 여행 데이터만 쓴 것보다 더 세밀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중국 당국이 우한에서 검역을 시작했을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중국의 다른 지역과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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