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 펭귄'이라 놀리지만…울음소리는 인간언어 닮았다
伊대학 연구진 "언어효율성 법칙, 영장류 전유물 아냐…아프리카펭귄서도 나타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아프리카대륙 남단 해안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학명 Spheniscus demersus) 또는 '검은발 펭귄'은 본래 이름보다 '멍청이 펭귄'(Jackass penguin)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아프리카 펭귄은 '괴로운 당나귀의 울음'과 비슷하게 들리는 쌕쌕거리는 독특한 시끄러운 소리를 질러댄다고 해서 영어로 자카스(jackass) 펭귄, 즉 멍청이 펭귄이라는 농담조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이들의 울음소리에 인간과 언어학적 동질성이 발견됐다고 더타임스 등 외신이 이탈리아 연구진의 발표를 인용해 5일(중부유럽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의 리비오 파바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탈리아 동물원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 성체 28마리가 내는 짝짓기 관련 울음소리 590개를 분석한 결과 이 펭귄이 인간 언어와 일부 다른 영장류의 의사소통에 나타나는 '지프의 법칙'과 '멘제라스-알트만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왕립생물학회보에 최근 발표했다.
지프의 간결성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지프 법칙은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가장 짧은 경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정관사 'the', 전치사 'to'와 'of' 등이 가장 흔하게 쓰이는데 이들은 매우 짧은 단어다.
멘제라스-알트만의 법칙은 여러 개 음절로 된 긴 단어는 매우 짧은 음절 여러개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효율적인 발성과 언어가 발달하면서 모든 언어에서 두 법칙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게 언어학자들의 견해다.
현재까지 이러한 특성은 인간과 다른 일부 영장류 등 고등한 포유류에서만 관찰됐다.
파바로 박사팀은 지프 법칙과 멘제라스-알트만의 법칙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영장류가 아닌 다른 동물이 의사소통을 위해 내는 소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아프리카 펭귄의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바로 박사는 "큰 소리 하나를 내는 것보다는 그것을 더 작은 여러 부분으로 분해할 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수학적으로도 입증되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언어 형태 전문가 클리 켈로 교수는 "지프 법칙과 멘제라스-알트만 법칙이 심지어 펭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밝힌 이번 연구는 두 법칙이 기호·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물리적이라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과거 영장류를 상대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는 영국 로햄튼 대학교의 스튜어트 셈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물들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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