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개헌, 권력연장 수단 아냐…지방과의 연계성 강화에 필요"
'개헌 통해 집권 연장시도한다'는 비판론 반박…'의혹'은 여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헌법 개정은 중앙 권력과 지방자치단체를 일관된 권력 체계로 묶기 위한 것으로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4일(현지시간) 주장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서부 볼로그다주 도시 체레포베츠를 방문해 현지 사회활동가들과 면담하면서 "내가 제안한 개헌은 삶이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일부 일들이 필요한 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개헌안을 발의한 이유를 해명했다.
푸틴은 "현행 우리 헌법에 따르면 지방자치체들은 국가(중앙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권력 상층 구조가 하층에서 일어나는 일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통합된 권력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 지방자치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가 및 국가이익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내가 이것(개헌)을 제안한 것이지 나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헌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주정부 등 지방자치체들과 중앙 정부의 연계성을 높이는 데 있다는 설명이었다.
푸틴은 이어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 여부를 최종 결정하자고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투표는 최고의 민주주의 형식"이라면서 "최고의 (국민) 의지 표출 방식으로 개헌안이 채택되거나 부결되도록 하고 만약 채택되면 누구도 뭔가 잘못이 있다고 얘기하지 못하게끔 하자는 제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헌 국민투표와 대통령 권한 연장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푸틴은 앞서 지난달 15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대통령 임기 제한, 대통령 권력 분점, 상·하원 권한 강화 등을 포함하는 부분적 개헌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논의가 필요한 7가지 개헌 항목들을 열거하고, 이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개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특히 개헌 검토 대상의 하나로 대통령 임기 관련 조항을 거론하면서 동일 인물이 두차례까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상원과 하원 등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주지사 등 지방 정부 수장들이 중심이 된 '국가평의회'를 헌법기관화해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푸틴의 개헌안은 현재 하원 심의 과정에 있다. 하원과 상원 심의가 끝나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개헌 제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평의회와 상·하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밝힌 점을 들어 그가 다른 방식의 권력 연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이 4기 임기가 끝나는 2024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권한이 커진 상원 의장이나 국가평의회 의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 '국부'(國父)로서 계속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푸틴은 그러나 지난달 22일 남부 휴양도시 소치의 한 교육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유수 대학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대통령 위에 '국부' 같은 인물을 두는 것은 이중권력을 만들어낼 것이며, 이는 국가에 해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거듭된 반박에도 개헌의 저의에 대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