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치료제 개발 '약물재창출' 전략이 효율적일 것"

입력 2020-02-05 08:42
수정 2020-02-05 08:56
"신종코로나 치료제 개발 '약물재창출' 전략이 효율적일 것"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장…"기존 약물 활용 가능성 연구 예정"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국내 바이러스 연구자인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 연구팀장은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개발에 '약물 재창출' 전략을 쓰면 연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물 재창출은 상용화했거나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에서 새로운 약효를 발견해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신약 재창출'로도 불린다.



김 팀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후보물질부터 발굴해 약물을 개발하고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을 쓰면 예외적으로 전임상과 임상을 건너뛸 수도 있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학계에서 신종코로나 치료제 후보로 꼽는 약물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인 '로피나비르'다. 로피나비르는 HIV가 증식에 이용하는 효소의 활성을 막는다. 이 약물은 리토나비르와 혼합돼 '칼레트라'(Kaletra)라는 약품명으로 판매 중이다.

최근 중국과 태국 연구진이 이 약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에게 투여한 결과, 폐렴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결과를 학계에 보고했다. 국내 의료진도 이 약물을 신종코로나 국내 확진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외에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램데스비르'도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효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진에 따르면 마우스(생쥐) 모델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램데스비르가 가장 연구개발이 많이 진전된 항바이러스 후보 물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연구소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을 이용해 약물재창출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 팀장은 사스와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이어 앞으로도 바이러스의 출현이 잦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도시화가 진행되며 야생서식지가 파괴돼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과 사람이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스, 에볼라, HIV를 비롯해 중증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SFTS)의 원인인 일명 '살인진드기 바이러스'까지, 동물과 사람에 모두 감염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특히 박쥐는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저장소'인데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 신종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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